"먹을거리 찾아 쓰레기 뒤지는 모술 서부 주민들"

입력 2017-03-28 16:02  

"먹을거리 찾아 쓰레기 뒤지는 모술 서부 주민들"

英신문 "고립된 30만 주민, 저격수 무서워 탈출도 못 해"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저항 거점인 모술 서부를 필사적으로 빠져나가려는 민간인들이 티그리스 강을 건너려다 IS와 이라크 정부군 저격수들의 총에 목숨을 잃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7일(현지시간) IS가 아직 장악하고 있는 모술 서부의 실상을 모술에 파견된 특파원의 눈으로 생생하게 전했다.

티그리스 강 5번 다리 부근 모술 서부 지역에 사는 수니파 주민 자심(33)은 이 신문과의 휴대전화 통화에서 "어머니를 구출해 동부로 가고 싶은데 위험하다"며 "동부로 가기 위해 강을 건너려던 마을 주민 3명이 저격수 총에 맞아 숨졌다"고 말했다. 그는 티그리스 강 5번 교와 6번요 사이 강둑을 감시하는 다에시(IS) 저격수들이 배치돼 있다며 밤에도 강을 건너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자심은 "야간에는 통금이 시행되고 있어 이라크군과 연방경찰, 대테러부대원들은 서부에서 넘어오는 사람은 누구나 다에시 전사일 것으로 보고 총격을 가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모술 서부를 탈출하려는 민간인들이 이라크군 박격포와 IS 저격수들에 의해 목숨을 잃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라크군은 티그리스 강을 건너오던 IS 침투원들을 사살했다고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들은 도시를 탈출하려던 민간인들이었을지 모른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자심은 어린이들을 포함해 하루에도 수십 명이 죽어간다며 "어제도 동부 쪽에서 날아온 이라크군 박격포탄에 어린이 2명이 맞아 숨졌다"고 전했다. 그 자신도 인디텐던트와 회견한 지 수 시간 만에 드론 공격으로 부상해 병원에 후송됐다.

인디펜던트는 자심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토대로 죽음의 도시 안에 갇힌 주민들의 참상을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모술 서부에는 최소 30만 명의 주민들이 남아 극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주민들은 아이들에게 먹이기 위해 먹을 만한 것들을 찾아 쓰레기를 뒤지고 있다. 야채와 과일도 한 달 이상 공급이 끊겼다. 자심 가족들은 소량의 밀가루와 쌀을 비축해뒀지만, 아이들에게 먹일 최후 식량으로 남겨 두고 있다.

식량이 있다고 해도 너무 비싸서 주민들에겐 살 엄두가 안 난다. 빵 가게 부근에서는 아이들에게 빵을 사줄 돈을 구걸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주민은 빵과 물만으로 살아가고 있다.

전체 지역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전기가 제한적으로 공급되고 있어 주민들은 낮 시간대에 휴대전화를 충전하기 위해 전기가 들어오는 마을을 찾아간다. 휴대전화 서비스도 전기가 들어오는 야간에만 가능하다. 모술 서부에서는 민간인과 IS대원들이 지은 지 오래된 조잡한 주택들을 함께 사용하고 있어 이들을 구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디펜던트는 이라크 정부군이 탈환한 모술 동부 지역의 경우, 교통량이 증가하고 많은 상점이 문을 열었으며 곳곳에서 파손된 건물과 하수관 복구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건축업자인 아흐메드는 전기와 신선한 물이 부족한 게 모술 동부의 큰 문제라고 말했다. 도로에는 과일과 야채를 파는 가판대가 늘었지만, 터키에서 수입한 물건들이라서 비싸다고 그는 전했다. 아흐메드는 이달에만 자신의 친구 7명이 모술 서부에서 탈출하려다 IS 저격수 총에 맞아 숨졌고, 6명은 공습으로 목숨을 잃었다며 모술 서부가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디펜던트는 잘 훈련된 광신자들이 항복하지 않으면서 인파와 섞여 사수하는 도시에서는 민간인 인명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게 모술로선 나쁜 소식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barak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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