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1기, 미르·K스포츠 모금·최순실 비선 개입 등 규명
특검 '뇌물 거래' 프레임 도입…특수본 2기가 이어받아 영장 청구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검찰과 특검의 수사 결과가 모두 반영된 합작품으로 평가된다.
28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이하 특수본)가 전날 법원에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특수본 수사 결과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로 파악된 내용이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사실로 함께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가 기업으로부터 출연받은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등을 한 혐의는 작년 하반기 특수본 1기가 수사한 내용을 중심으로 반영됐다.
특검팀이 새로 파헤친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 의혹 사건,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등의 수사 결과가 여기에 추가됐다.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작성한 공소장과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일명 '블랙리스트') 작성 및 적용을 지시·주도한 혐의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구속기소할 때 정리한 수사 결과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특검은 앞선 특수본 1기와 달리 삼성전자가 최 씨 측에 제공한 자금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고 규정했고 이를 토대로 이 부회장을 구속기소하는 등 '뇌물 거래'라는 프레임을 새로 도입했다.
특수본 1기는 뇌물죄 수사로까지는 나가지 못했으나 구속영장 청구서에 비춰보면 검찰 수사와 특검 수사가 상호 보완적으로 확대·심화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수본은 미르와 K스포츠 모금 경과 등을 파악하고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활동 방식을 규명했고 특검은 이런 사실관계를 토대로 뇌물 혐의를 수사한 것이다.
특검은 뇌물수수, 블랙리스트 지시, KEB하나은행 인사개입 등 박 전 대통령의 새로운 범죄 혐의를 파악했다. 하지만 수사 기간 종료로 인해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지 못했다.
결국, 다시 수사를 넘겨받은 특수본 2기가 일련의 혐의를 포괄해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최순실 게이트의 정점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완성을 향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검찰은 작년에 특수본 1기 수사 때는 삼성전자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 16억2천800만원을 낸 것이 강요 때문이라고 판단했으나 이번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는 특검 수사 결과를 수용해 뇌물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이에 기초해 위법 행위를 재해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일련의 수사·재판에서 특검과 검찰이 "적극적으로 소통·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