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직전의 상황"…현 정부와 사회당에 실망한 부동층 집중공략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강경좌파 대선후보 장뤼크 멜랑숑(65)이 집권 사회당 후보 브누아 아몽(49)을 제치고 4위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멜랑숑은 프랑스 유권자들의 현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 대한 실망과 사회당 대선후보 아몽에 대한 현 정부와 집권당의 냉소적인 시각에 힘입어 막판 스퍼트를 하고 있다.
정치단체 '프랑스 앵수미즈'를 이끄는 장뤼크 멜랑숑(65)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영국의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를 하고 "내가 사회당에 30여 년을 몸담았는데 사회당은 이제 끝났다"고 단언했다.
브르타뉴지방의 렌에서 대규모 지방유세를 가지기도 한 그는 "이게 한 사이클의 끝이다. 모든 것이 정당을 거치던 시대는 끝났다. 당 기구들이 하던 일의 90%를 인터넷이 할 수 있다"면서 당의 조직적 지원 없이도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멜랑숑은 35년간 유지했던 사회당 당적을 지난 2008년 버렸다. 사회당 의원 시절에도 그는 당에서 가장 왼쪽에 있던 대표적인 급진좌파 계열의 정치인이었다.
지금은 정당은 없지만 32만8천명을 회원으로 둔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라는 뜻)라는 정치운동단체를 이끌고 있다. 이 단체의 대표적인 슬로건은 '민중의 힘'이다.
멜랑숑은 현재의 프랑스의 상황을 혁명 직전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혁명 직전의 폭발적인 상황에 놓여있다"면서 "사회가 해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차원의 시민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멜랑숑은 "대선이 4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권자의 47%가 유동층이라는 것은 얼마나 혼란스러운 상황인지를 보여준다"면서 프랑스가 시민혁명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멜랑숑은 무상의료, 월 3만3천 유로(3천900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들에게 세율 100% 부과, 유럽연합(EU) 조약 재협상, 자유무역 반대 등 급진적인 공약들을 내걸고 좌파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그가 비록 4위권이기는 하지만 프랑스의 집권당이자 거대 좌파정당인 사회당 후보를 제친 것은 상당한 '선전'으로 평가된다.
29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조사 결과 멜랑숑은 14%로 대선 1차투표 지지도에서 사회당의 아몽(12%)을 제치고 4위에 올랐다. 1위는 중도신당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이었고, 이어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첫 대선 TV 토론 직후 한 여론조사에서도 멜랑숑은 마크롱에 이어 '가장 설득력 있는 후보' 2위에 꼽히는 등 선전하고 있다. 반면에 아몽은 TV 토론에 나선 대선 후보 5명 중 가장 설득력 없는 후보로 기록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아몽의 이런 하락세는 현 올랑드 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과 더불어 사회당 주요인사들과 현 정부 장관들마저 그를 외면하고 마크롱 쪽으로 대거 줄을 서는 등 '고립무원'의 신세라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회당 주류(중도좌파)는 말을 아끼고 있기는 하지만 아몽의 강한 좌파성향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반면에 멜랑숑은 특유의 유머감각과 경륜을 이용해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그는 과거 네 차례 대선에 출마했으며 2012년 1차 투표에서는 11.1%를 득표했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유동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 멜랑숑의 판단이다.
정치저널리스트 브뤼노 즈디는 유럽1 라디오에 출연해 "멜랑숑은 현시점에서 결선에 진출할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좌파에 실망하고 정치 자체에 환멸을 느끼는 유권자들을 공략하고 있다"면서 "기성 정치시스템과 전쟁을 선포한 후보라는 그의 포지션이 효과를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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