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결정 3차전서 42득점으로 맹활약
"가족과 함께해 힘이 나…내년 트라이아웃 나올 것"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1987년 개봉한 '리썰 웨폰(Lethal Weapon)'은 형사 마틴 릭스로 분한 멜 깁슨이 명연기를 보여준 명작 액션 영화다.
영화 제목을 우리 말로 직역하면 '치명적인 무기'쯤이 되는데, IBK기업은행 매디슨 리쉘(24)은 '리쉘 웨폰'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여자 선수에서 찾아보기 힘든 힘을 지녔다"는 평가가 항상 따라다니는 리쉘은 지치지 않고 코트를 누비며 IBK기업은행의 통산 3번째 우승의 '청부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28일 흥국생명과 챔피언결정 3차전은 리쉘의 진가를 엿볼 수 있는 무대였다.
이날 리쉘은 세터 김사니·이고은의 집중적인 토스를 받아내며 42득점에 공격 성공률 44.32%, 공격 점유율 47.06%를 기록했다.
게다가 물론 블로킹과 수비까지 적극적으로 소화하면서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리쉘은 유효 블로킹 9개로 센터 김희진의 11개에 이어 팀 내 2위를 기록했고, 디그도 22개나 했다.
리베로인 남지연이 26개, 수비에 치중한 김미연이 25개의 디그에 성공한 것과 비교하면 리쉘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된다.
사실 리쉘은 KGC인삼공사와 플레이오프, 그리고 챔피언결정 1차전까지만 해도 낮은 공격 성공률로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챔피언결정 2차전 1세트가 끝난 뒤부터 갑자기 공격력이 살아났고, 공수 모두에서 활약하며 2연승의 주역이 됐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리쉘에게 물어보니 몸이 늦게 풀린다더라. 그래서 '그럼 네가 어깨를 잘못 푼 거 아니냐'라고 한마디 했다. 경기 시작하기 전에 몸을 잘 풀고, 어깨의 열을 제대로 내라고 한 게 통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키는 작지만, 풋워크 등 몸 움직임과 체력은 아직도 괜찮은 거 같다. 많은 경기로 스트레스받는 걸 빼면 체력이 뚝 떨어지는 건 없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리쉘은 3차전이 끝난 뒤 "경기 전 충분히 워밍업해서 어깨는 괜찮다"면서 "마지막으로 갈수록 더 많이 집중하는 편이다.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모든 걸 쏟아 붓고 있다"는 말로 활약의 비결을 설명했다.
IBK기업은행은 18일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28일 챔피언결정 3차전까지 이틀에 한 번씩 경기하는 강행군을 소화하고 있다.
김희진은 챔피언결정 2차전, 박정아는 3차전이 끝나고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을 찾을 정도로 다들 지쳤다.
반면 리쉘은 '강철 체력'을 자랑하는데,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리그에서 뛰며 비슷한 일정을 소화한 게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특별히 좋은 걸 챙겨 먹는 건 없다"며 "가족들이 한국을 찾았는데, 그들과 함께해서 더욱 힘이 된다"며 미소 지었다.
올해 여자배구도 많아야 2경기만 치르면 막을 내린다.
작년 8월 한국을 찾아 쉴 새 없이 달렸던 리쉘의 한 시즌도 막바지다.
그는 "집을 오래 비워서 어서 돌아가고 싶지만, 여기 있는 것도 즐겁다"며 "내년 트라이아웃에 서류제출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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