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기득권층 분석한 '기득권층'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2011년 영국 하급계층의 현실을 파헤친 책 '차브'(Chavs. 한국어판은 2014년 출간)로 주목받았던 영국의 칼럼니스트 겸 정치평론가 오언 존스(33)가 이번에는 영국 기득권층의 세계를 해부한 책 '기득권층'을 내놨다.
기득권층을 의미하는 영어 표현 'The Establishment'은 특히 영국에서 잘 쓰이는 표현이다. 왕족이 있고 왕이 기사 작위를 내리며 사회 각 분야에서 사립학교와 옥스브리지(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를 합쳐 부르는 말) 출신들의 끈끈한 커넥션이 존재하는 영국의 상황을 반영한 듯 하다.
기득권층이란 표현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도 1955년 영국의 보수 저널리스트 헨리 페얼리가 잡지 '스펙테이터'에 쓴 칼럼을 통해서다.
기득권층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존스는 다수에 맞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려는 권력을 가진 소수집단을 기득권층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지금 같은 영국 기득권층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저자는 그 뿌리에 '선동가들'(The Outriders)이라고 부르는 우익 이론가들이 있다고 본다.
선동가들의 선두에는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가 있다. 하이에크를 비롯한 자유방임주의자들은 정부의 역할 최소화와 자유시장을 내세웠다. 이들의 영향을 받은 자유주의 싱크탱크는 부자 감세와 규제 철폐, 민영화를 주장했다. 거물 사업가들은 이들 싱크탱크에 거액을 기부하며 이들의 활동을 도왔다. 선동가들의 이념 전파에는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과 언론도 힘을 보탰다.
기업가와 정치인, 언론의 후원을 받은 자유방임주의자들의 사상은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를 거치며 확고하게 뿌리를 내렸고 기득권층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구조화되는데 기여했다.
저자는 정치인과 언론인, 금융인과 기업인 등 영국 기득권층과 그들을 뒷받침하는 사람들의 커넥션을 신랄하게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득권층에 대항할 방법을 찾는다. 그가 제시하는 방법은 기득권층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에 맞설 이론을 만들 새로운 선동자들을 내세우는 것이다.
저자는 영국 사회체계가 필연적으로 지금과 같은 모습일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한다. 현 체제가 유지되는 것은 가장 효율적이고 완벽해서가 아니라 기득권층의 이론적 밑바탕이 된 선동자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깊이 심어줬기 때문이다. 기득권층의 선동자들이 그런 일을 해냈다면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선동자들의 사례에서 용기를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선동자들을 버티게 했던 것은 자기 사상에 대한 신념이었다. 사람들의 경험과 열망에 공명하는 설득력 있는 학문적 주장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성공에 핵심적인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선동자들과는 달리 기득권층에 맞설 새로운 주장을 만들어내야 할 학자들이 너무 이질적이고 분열적이다. 저자는 분열된 이들을 한데 모아 유능한 '우리의 선동자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영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다. 그러나 책에 등장한 기득권층의 모습은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행태와도 별로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준다.
북인더갭 펴냄. 조은혜 옮김. 528쪽. 1만9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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