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간 한국에 헌신한 아흔살 프랑스수녀에게 바치는 전시회

입력 2017-03-29 13:31   수정 2017-03-29 13:38

60년간 한국에 헌신한 아흔살 프랑스수녀에게 바치는 전시회

1957년부터 병자·빈자 위해 헌신한 노애미 수녀의 그림 100여점 전시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이렇게 많은 분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29일 오전 11시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세지로15번길 건강미술역사박물관 앞 광장. 파란 눈의 노애미 테라스(90) 수녀가 꽃다발 세례를 받으며 연신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자리는 60년간 한국에서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랑과 희생정신으로 살아온 노애미 수녀에게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치료미술협회가 마련한 헌정전시회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다.

박물관 앞 광장과 주변 주택가 도로변에는 노애미 수녀가 치료미술협회에서 배워 그린 그림 100여점이 전시됐다.

헌정전시회가 시작된 '3월 29일'은 노애미 수녀가 한국땅을 처음 밟은 날이다. 그녀는 샤를 드 푸꼬의 정신을 이어받아 창립된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 소속이다.

프랑스 동부 샴페인의 도시로 유명한 상파뉴가 고향인 노애미 수녀는 종신서원을 한 이듬해인 1957년 3월 29일 부산에 첫발을 디딘 뒤 부산지역 한센병 환자를 돌보는 일을 시작으로 대구의 안경공장과 양말공장에 다니며 가난한 노동자를 보살폈다.

전국을 돌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와 희생정신을 몸소 실천하다가 심장병 치료를 위해 2008년부터 수원에 있는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평화의 모후원'에서 요양 중이다.

요양 중에 치매미술치료협회에서 6년간 그림을 배운 노애미 수녀는 지난 2014년 12월 수원의 3세대 문화사랑회 스트릿갤러리와 남문 로데오거리에서 그림을 전시했다.


전쟁후 고아와 한센병환자가 많았던 한국에서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면서 바라본 풍경과 사랑을 크레파스로 정감있게 표현한 그림들이다.

올 1월 28일 노애미 수녀의 사연을 접한 염태영 수원시장이 요양원을 찾아가 감사의 뜻을 표한 뒤 3월 29일 시청 로비에서 헌정전시회를 하기로 했었다.

시는 노애미 수녀를 위해 그의 그림을 책자로 만들고 감사행사까지 할 계획을 세웠으나, 수녀회 측에서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완곡히 반대해 치료미술협회 주관으로 헌정전시회를 열게 됐다.

이날 행사에는 수녀회, 모후원, 종교단체 관계자를 비롯해 노애미 수녀와 함께 그림을 배운 할머니 등 100여명이 찾아와 전시회 개최를 축하했다.

염태영 시장은 축전을 보내 "수녀님의 헌신적인 봉사와 사랑에 감사드린다. 소중한 미술작품을 수원시민과 나눌 수 있게 돼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노애미 수녀 헌정전시회는 다음 달 30일까지 열린다.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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