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행진 주도 김광일씨, 오늘 오전 서울서 체포돼
촛불집회 기획도 도와…퇴진행동 "촛불운동 탄압"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촛불집회 마지막 수배자'로 알려진 진보 활동가 김광일(43)씨가 수배 약 9년 만에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경찰에 검거됐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체포돼 현재 종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김씨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때 참가자들을 이끌고 거리행진을 하면서 서울 시내 차량 통행을 불가능하게 만든(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김씨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어긴 혐의도 받았지만, 이는 대부분 공소시효가 만료돼 사실관계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촛불집회를 주도한 시민단체 모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서 행진팀장을 맡았다.
김씨는 2008년 6월 말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조계사에서 4개월가량 농성하다가 사찰을 빠져나와 최근까지 잠적했다.
그는 작년까지 8년여 동안 수배자 신분으로 살면서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은신처를 옮기면서 가명으로 진보매체에 기고를 하며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국정농단 사태로 촛불집회가 시작되고 시민단체 모임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꾸려지자 공동 집회기획팀장을 맡아 물밑에서 촛불집회 기획을 도운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다음 날인 지난 11일 제20차 촛불집회 무대에 올라 약 8년 9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였다.
그는 무대에서 "어제 우리는 촛불의 명령으로 박근혜 탄핵을 이뤄냈고 승리했다"면서 "이곳 광장에서 우리는 거인이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종로경찰서 맞은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 체포를 '촛불운동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퇴진행동은 "경찰이 문제 삼은 야간 옥외집회 및 행진 관련 법 조항은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2009년에 헌법불합치, 2014년에 한정위헌 결정이 나온 바 있다"고 지적했다.
퇴진행동 법률팀장인 권영국 변호사는 "강도가 있어서 '강도를 잡으라'고 외치자 외친 사람을 고성방가로 체포하는 격"이라면서 "처벌 필요성이나 정당성이 소멸한 평화집회 활동가에게 정치적 탄압을 하지 말라"고 규탄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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