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피부는 생물학적으로 인체를 감싸고 있는 얇은 막에 불과하지만, 때로는 정치적·문화적 논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국에서 백인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흑인을 억압하고 차별해 왔으며, 국내에서는 외국인 거주자가 늘어나면서 지난 2005년 '살색'을 '살구색'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송파구 소마미술관에서 4월 30일까지 열리는 기획전 '내가 사는 피부'는 '피부'에 얽힌 다양한 담론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전시다. 노상균, 김일용, 김준, 이혜림, 조영각 등 작가 18명의 회화, 조각, 사진, 설치, 영상 작품 99점이 나왔다.
전시 공간은 크게 5개 주제로 구분된다. 피부를 생물학적으로 조명하는 '경계로서의 피부', 아름다운 피부를 위해 하는 문신과 의료행위 등을 살펴보는 '피부미학', 외국인 혐오와 인종 차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색소정치학' 등의 주제에 맞는 작품들이 차례로 펼쳐진다.
이어 '제2의 피부'라고 할 수 있는 옷과 관련된 작품들로 꾸민 '정체성', 스마트폰의 액정 보호 필름이나 케이스처럼 디지털 시대에 생겨난 새로운 피부인 '디지털 스킨'에 관한 작품도 볼 수 있다.
전시 기획자로 참가한 김경아 씨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는 백인이 유색인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도 그녀가 최고 권력자의 피부와 옷을 독점 관리하면서 촉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의 실존과 은폐된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피부를 직시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매주 금요일에는 '하늘색 심포니', '언더 더 스킨', '완득이' 등 피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가 상영된다.
한편 이 미술관에서는 전시를 정치적 사안과 연관 지은 설명에 불만을 품은 60대 남성의 요구로 28일 한때 리플릿 배포와 도록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술관 관계자는 "오늘(29일)은 정상적으로 리플릿을 나눠주고 도록도 팔고 있다"며 "민원인을 잘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소마미술관을 운영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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