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합법 가장 홍콩 장악 강화'…"'행정장관 지령권' 행사"

입력 2017-03-29 16:05  

'中, 합법 가장 홍콩 장악 강화'…"'행정장관 지령권' 행사"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중국 당국이 비공식 채널 대신에 합법적 수단을 주로 활용해 홍콩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2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반관영 정책 자문기관인 전국홍콩마카오연구회 회원 톈페이룽(田飛龍) 베이항(北航)대 법학 부교수는 "중국 당국이 홍콩을 통치하는데 법적 수단에 더 많이 의존한다는 점에 대해 중국 학자와 입법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톈 부교수는 중국 당국이 홍콩 행정장관에 대한 지령 이행 요구 등 홍콩 기본법(헌법격)에 보장돼 있지만, 시행되지 않은 구체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본법 48조 8항에는 홍콩 행정장관이 중국 중앙정부가 발표한 지령을 이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중국 당국이 아직 행정장관에게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

톈 부교수는 그러면서 행정장관이 중국 당국의 지령을 따를지는 홍콩 법원의 관할 밖인 만큼 사법심사 요구와 같은 저항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과거에는 비공식적 건의와 법적 수단 등 이중적 방식을 활용했지만, 지금의 전략은 법적 수단을 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톈 부교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작년 11월 기본법 해석을 통해 입법회의원(국회의원격) 취임 선서에서 홍콩 독립을 옹호한 식스투스 바지오 렁(梁頌恒) 전 의원과 야우와이칭(游蕙禎·여) 전 의원 등 2명이 퇴출당하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 중국 당국의 입장과 일치하는 새 사법적 선례를 만든 사례라고 전했다.

전인대는 작년 11월 7월 기본법 해석을 통해 '홍콩 독립'을 지지하는 인사들의 공직 임용을 원천 불허하는 규정을 채택, 홍콩 법원이 같은 달 15일 렁 전 의원 등의 자격을 박탈하는 데 토대를 마련했다.

톈 부교수는 중국 당국이 이 사건 이후 헌법적 권한 사용에 대한 표준과 선례를 만들었다며 기본법 해석이 렁 전 의원 등 사건에 적용될 뿐 아니라 기본법의 일부가 됐으며 홍콩 보통법 전통에 통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둥리쿤(董立坤) 전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연구센터 고급연구원도 중국 당국이 중국과 홍콩, 보통법과 기본법 간 관계를 더 분명히 하기 위해 기본법 해석을 이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본법 전문가인 둥 전 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단순히 (홍콩 내) 재계 인사들의 영향력에 의존하기보다 법률을 활용해 더 효율적으로 홍콩을 통치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얻은 교훈은 중앙정부와 홍콩과 관계를 조정하는 것과 홍콩 사법 체계의 결정을 통해 홍콩 내부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더 낫고 대중이 받아들이기도 더 쉽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톈 부교수와 둥 전 연구원은 새로운 기조가 현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2012년 집권한 이후 추진하는 법에 따른 국가 통치 전략의 하나라며 홍콩 자치를 존중하기 때문에 주권과 국가안보 등 개념을 제외한 부분에서는 기본법 해석을 자주 활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법체계가 당 지도부 아래에 있으며 서방의 법치나 권력분립 개념과도 구분돼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기 때문에 합법을 가장해 홍콩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려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에릭 청(張達明) 홍콩대 법학자는 새로운 기조가 중국과 홍콩 간 법체계 차이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청 교수는 "많은 홍콩 대표와 홍콩인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기본법 초안을 마련했기 때문에 중국과 홍콩 법체계 간 차이를 세심하게 고려할 수 있었다"며 "당시 모든 단어와 문장부호까지 신중하게 고려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교수는 "중국 당국이 기본법 해석을 통해 새로운 개념을 많이 추가하고 있다"며 "법 초안의 원래 의도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harri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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