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아니라 원수'…수원·화성 갈등 커졌다

입력 2017-03-30 06:12  

'이웃이 아니라 원수'…수원·화성 갈등 커졌다

화성광역화장장사업이 발단…군공항이전 놓고 악화

경계조정 협의 중단으로 택지개발사업 차질 등 '마찰'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수원군공항 이전을 둘러싸고 경기 수원시와 화성시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수원시와 화성시 행정구역 경계조정에 화성시가 협조하지 않으면서 7천600여가구 대단지 택지개발사업이 위기를 맞았고, 389억원이 넘는 국비를 확보한 하천정비사업도 위태로운 실정이다.






30일 두 시에 따르면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 망포4지구 택지개발사업이 민자개발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수원시가 2010년 망포4지구(1∼5블록) 개발을 위해 경기도에 도시기본계획변경신청을 내자 경기도가 수원시 단독개발을 하는 대신 인접한 화성 반정지구와 경계조정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수원시는 망포4지구 가운데 수원권역(1∼2블록)에 대해 먼저 사업승인을 내주고, 화성시와 접한 3∼5지구 개발은 19만8천915㎡ 부지를 화성시와 맞교환한 뒤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화성시가 지난달 24일 갑자기 '경계조정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불가능하다'는 짤막한 공문을 수원시에 보내왔다.

이에 수원시는 "'당분간'이라는 말이 들어간 공문을 본 적이 없다. 이는 경계조정 협의를 하지 않겠다는 뜻과 다름없다"면서 "수원군공항 이전문제가 나오고 나서 갑자기 화성시의 태도가 돌변했다"고 말했다.

화성시가 망포4지구 화성시구역의 경계조정 협의를 보류하면서 당장 아파트에 입주할 주민과 학생들에게 큰 피해가 돌아갈 전망이다.

수원망포4지구와 화성반정2지구 개발이 논의될 당시 반정2지구(1천584가구) 단독으로 학생배치가 어렵다고 판단한 수원교육지원청이 두 개발사업이 동시에 추진되는 것을 조건으로 한 학군으로묶어 택지개발지구 내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각 1곳씩 신설하기로 했다.

이에 개발사업자가 단지 내 학교용지 2만4천여㎡를 포함했다.

만약 경계조정이 원만히 합의되지 못하면 학교신설을 못 해 각 시의 인근 학군으로 편입돼 집 앞 학교를 놔두고 수 킬로미터 멀리 원거리 통학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민간개발사업자도 사업이 따로 진행될 경우 엄청난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화성시는 또 망포4지구와 관련 없는 지역 4곳의 경계가 불합리하다며 전면적인 경계조정을 수원시에 요구하고 나섰다.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 한국방송통신대학 경기지역대학 일대 3만8천㎡, 수원시 고색·평·장지동 일원 18만㎡,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 6만5천㎡, 화성시 매송면 천천리 일원 36만7천700㎡ 등이다.

수원시에 유리하게 획정된 땅들을 도로와 하천 등을 기준으로 경계를 새로 조정하자는 것으로, 수원시 땅의 대부분을 화성시로 달라는 의미다.

또 망포4지구와 인접한 원천천 정비사업도 차질이 우려된다.

수원시가 지난해 국토부 공모사업에 신청해 '원천천 하천 정비사업'이 선정되면서 389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수원시가 용역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국비와 도비를 받아 수원 망포동과 화성 반정동을 지나는 원천천 3.5㎞ 구간에 하천폭 확대, 교량 3개 신설, 산책로 조성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 올해 8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실시설계용역업체를 선정 중이다.

다행히 화성시가 이 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지만, 수원군공항 사업의 불똥이 언제 튈지 알 수 없어 수원시는 불안해하고 있다.

수원시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화성시가 '사드 배치 문제'로 한국에 경제·문화적인 보복을 하는 것처럼 화성시가 두 시의 이익이 되는 사업마저 딴지를 걸고 있다"면서 "군공항 이전문제와 다른일반 사업은 별개로 보고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화성시는 수원군공항 문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거리를 뒀다.

화성시 관계자는 "우리도 두 택지개발을 원만히 잘 해결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알고 있다. 시간을 두고 충분히 경계조정 협의를 하자는 것이지,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인접한 이웃사촌인 수원시와 화성시는 지난 2015년 '화성시 광역화장장사업'을 시작으로 우애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화성시의 역점사업을 화장장부지와 인접한 서수원주민들이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하면서 화성시가 난관에 봉착했고, 수원시가 국토부 의견조회에 공식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화성시의 마음이 상했다.

이후 화성시가 수원 직거래장터에 화성지역 농민의 참여를 제한하고,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인접 시군과 체험장소를 공유하는 협약도 수원시를 빼고 오산시하고만 체결했다.

수원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FIFA U-20 월드컵 축구대회 수원유치에도 도내 29개 시군이 지지서명에 참여했지만, 화성시만 쏙 빠졌다.

여기에다 수원군공항 예비이전 후보지로 화성 화옹지구가 선정되고 나서 수원시와 화성시의 갈등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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