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중국이 최근 대만에 '하나의 중국'을 각기 나눠 통치하는 새로운 구상을 제시하고, 이에 대만에서도 진일보한 접근이라는 반응이 나와 양안관계 개선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9일 대만 언론에 따르면 중국의 대(對) 대만협상 기구인 해협양안관계협회 천더밍(陳德銘) 회장은 지난 25일 보아오(博鰲) 포럼에서 양안 관계에서 '일국양분치'(一國兩分治) 구상을 공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회가 생기면 대만을 방문하고 싶지만 당장은 환상일 뿐이며 외국인 신분으로 대만에 갈 수는 없다"면서 일국양분치 제도 아래에서 한 일방의 대표 신분으로 대만을 방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만이 중국과 '하나의 국가'임을 인정해야만 자신의 대만 방문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대만 언론은 천 회장의 발언에서 '하나의 중국'을 나눠 통치한다는 뜻의 '분치'라는 표현에 주목, '하나의 중국' 원칙만을 강요해온 중국이 뒤로 한발짝 물러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에서 '분치'라는 용어는 매우 드물게 사용된다. 특히 홍콩, 마카오를 대상으로 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개념보다 그 독립성을 진일보 인정한 용어로 평가된다.
대만 연합보는 천 회장의 발언에 비춰 중국은 대만을 한 국가로 보되 두가지 통치 방식을 인정하겠다는 의미인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대만이 '일국양분치'를 받아들여 천 회장이 "우리 중국의 한 부분인 대만"이란 논리로 대만을 방문하게 된다면 거꾸로 대만도 "우리 대만의 한 부분인 중국"이란 논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현 대만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92공식(九二共識)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하는 일중각표(一中各表)를 그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92공식'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대신에 '1992년의 역사적 사실', '92 회담 정신', '92 공동 인식' 등으로 에둘러 표현해왔다.
대만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대만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하나의 중국'은 '중화민국'을 뜻하기 때문에 현 대만 정부가 양안 관계 법규에 따라 양안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보도 "그동안 차이잉원 정부가 '양안은 하나의 국가', '한 국가 두 지역' 등 대만 법규에 명시된 양안관계를 인정치 않고 있다"며 양안 발전을 위해서는 천 회장이 언급한 '일국양분치'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만 중국시보도 천 회장의 발언이 양안의 객관적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 중국이 대만에 실리적 태도로 선의를 보였다고 평가하며 현 정부가 중국과 '하나의 국가'임을 인정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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