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작가 라이언 갠더, 갤러리현대서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이전까지 제 작품을 보지 못했다면 다소 혼란스럽게 느껴질 것 같아요. 보통 작가들은 한 가지 스타일을 고수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지루하잖아요. 세상은 항상 빠르게 변하니까요."
영국 출신의 라이언 갠더(Ryan Gander, 41)는 창의성과 실험 정신을 중시하는 개념미술 작가다. 그는 미술이 정해진 규칙을 따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처음 개최되는 개인전을 위해 방한한 작가는 29일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왜 미술 작품의 90%가 벽에 걸려 있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갠더는 '소프트 모더니즘'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회화, 설치, 미디어, 조각 등 30여 점을 선보인다. 한 점을 제외하면 한국 전시를 위해 별도로 만든 신작이다.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모더니즘의 변화 혹은 전복이다. 모더니즘은 19세기 중반부터 전통적인 신념이나 표현방식과 결별하고자 했던 미술 양식을 가리킨다. 사각형으로 구획된 몬드리안의 추상화가 모더니즘 회화다.
작가는 "모더니즘이 각진 사각형이라면, 소프트 모더니즘은 스마트폰처럼 모서리를 살짝 둥글게 처리한 사각형"이라며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여러 작가가 제작한 것처럼 형태가 크게 다르지만, 개념적으로는 모두 동일한 주제를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은 3층으로 구분되며, 층마다 각기 다른 메시지를 던진다. 지하 1층에서는 타인에게 신경 쓰지 않는 현대인의 과도한 나르시시즘(자기애)과 이로 인해 생겨난 현상인 '셀피'(셀프카메라)를 지적한다.
원형 거울에 가족이나 지인의 얼굴을 추상화처럼 그린 '그룹 포트레이트'(Group Portrait), 좀비로 분한 작가의 모습을 촬영한 초상사진 등을 볼 수 있다.
이어 1층에는 작가의 어린 딸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동원해 만든 작품이 전시됐다. 흰 캔버스에 원색 아크릴 물감으로 무질서하게 십자가와 점을 그린 회화 '핵심성과 지표'가 특히 인상적이다.
작가는 "사춘기가 되면 자아 인식이 생성돼서 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며 "아이의 시선으로 보면 솔직하고 흥미로운 작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층에서는 작가의 '모더니즘 비틀기' 시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 대신 나무를 액자 안에 집어넣고 테두리를 대리석으로 감싼 공예 작품, 인체를 기하학적 요소로 표현한 조르주 반통겔루의 조각을 재해석해 기하학적 도형을 털로 뒤덮은 작품 등이 나왔다.
전시는 5월 7일까지. 문의 ☎ 02-2287-3500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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