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조업계에도 북유럽식 견습생 프로그램 확산할 듯

입력 2017-03-29 17:17  

美제조업계에도 북유럽식 견습생 프로그램 확산할 듯

트럼프-메르켈 정상회담 참석 양국 기업대표들 특별팀 구성, 추진키로

미국 진출 독일, 오스트리아 업체들 '필요한 고도기술 인력 자체 양성' 성과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구직난 속 구인난은 미국 제조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미국 제조업 협회 관계자들은 점차 고도기술화하는 공장에서 빈자리를 채울 만한 숙련된 고도기술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며 교육체제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미국 제조업계는 오늘날 현대적인 공장에 설치된 기계장비들의 프로그램을 짜고 고치고 운용할 기술을 가진 인력을 찾지 못하는 바람에 31만 개의 일자리가 비어 있어 공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다.

그러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진출한 독일과 오스트리아 업체들은 북유럽에서 10대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21세기형 공장에 필요한 인력을 스스로 키우는 프로그램을 도입, 미국 제조업체들이 겪는 구인난을 극복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계가 교육제도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을 때, 북유럽에선 기업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첨단 제조업 분야 기술 인력을 훈련하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게 낫다는 인식 하에 견습생 프로그램을 널리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했던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견습생)'와 같은 '어프렌티스십2000'이라는 이름의 미국 내 프로그램은 이달 중순 방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더 크게 확산할 추진력을 얻게 됐다고 포린 폴리시가 27일(현지시간) 전했다.

두 정상도 참석한 가운데, 다우 케미컬, 아이비엠(IBM), 세일스포츠 등 미국 기업들과 어프렌티스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멘스 등 미국 진출 독일 업체 대표들이 특별대책팀을 공동 구성해 미국 내 고도기술형 공장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 충원키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어프렌티스십2000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노스캐롤라이나 샬럿 지역 10개 고교에서 선발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업에 필요한 기술 교육과 훈련을 한 뒤 프로그램 참여 업체들에 취업시킨다. 학생 입장에선 해당 업체 취업이 의무는 아니다.

시작은 이곳에 진출한 오스트리아의 금속 주방용품 업체 블룸이었다. 1995년 새로 지은 완전자동화된 공장에선 드릴로 구멍을 뚫거나 나사를 죄는 정도가 아니라 기계장비의 프로그램과 정비 등을 감당할 수 있는 고도기술 인력이 필요했다.하지만 구할 수 없자 오스트리아에서처럼 직접 기술 인력 양성을 위한 견습생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여기에 다른 독일과 오스트리아 업체들도 참여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기업도 합류했다. 지금까지 수백 명의 고도기술 인력을 양성했고 그중 80%가 졸업 후에도 남았으며, 교육·훈련을 담당한 업체에서 5년 이상 근무하는 사람이 65%에 이르러 "기본적 문제는 해결됐다"고 블룸의 기술훈련 책임자는 말했다.

블룸의 경우 고교 2학년을 대상으로 지원자를 물색, 과학·기술분야 일자리에 관심이 있고 학점이 평균 2.8 이상인 요건을 갖춘 학생들을 여름방학을 이용, 6주간 공장 내 기술훈련장으로 초청한다. 이 곳에서 공구를 소개하거나 기초적인 수학 시험을 치게 하고 금속부품 조립 등 여러 가지 과제 해결 능력을 시험해 적성에 맞는 학생을 가려낸다. 10명 중 4명 정도만 이 문턱을 넘어선다.

이들 학생은 고교 졸업 후엔 3년간 블룸의 교육장과 지역의 3년제 전문대학을 오가며 블룸에선 기계학, 기계설계, 공학, 프로그래밍 등을 연구하고 대학에선 수학과 물리학뿐 아니라 글쓰기, 사회과학, 인문학 등을 두루 익힌다. 실무 현장에서 소통기술 향상을 위해선 인문사회과학적 소양도 필요하다는 게 기업들의 생각이라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지역 매체 샬럿 위클리에 따르면, 학생들은 총 4년간 8천 시간에 걸쳐 무료 교육훈련을 받고 준학사 학위까지 얻는다. 참여 업체들이 학생 1인당 4년간 총 16만 달러(1억7천800만 원)를 쓴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만, 각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분야에서 최신 제조기술을 익히고 최적의 실습과 훈련을 거친 열정적인 젊은 고급 기술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일"이라고 어프렌티스십2000 웹사이트는 평가했다.

포린 폴리시에 따르면, 독일에선 이런 프로그램을 위해 기업이 비용의 75%를 내고 나머지는 연방 및 주 정부가 보조한다.

어프렌티스십2000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발되는 학생 수가 매년 12~20명 선에 머물고, 여학생 지원자를 찾기 힘들며, 4년제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학부모와 학교 측의 '저항'도 있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그러나 고교 3학년으로 하루의 절반은 블룸 실습장에서 훈련받는 메이슨 루이스는 자신의 결정이 단순명쾌했다고 말했다. "대학 등록금 내느라 빚지기보다는 돈을 받으면서 공부할 수 있지 않나. 아주 좋은 기회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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