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등 기관, 실사보고서 바탕으로 채무재조정 찬반 결정
"채무재조정 성공해도 회수율 50%대"
"P플랜 가면 최악의 경우 원금 1%만 회수 가능"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대우조선해양 출자전환(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받는 것)에 동의할 경우 얼만큼을 건질 수 있는지를 두고 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 등 기관 투자자들의 치열한 '계산기 두드리기'가 시작됐다.
30일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부터 시중은행, 회사채 보유자 등 금융 채권자들을 대상으로 대우조선 실사 보고서를 공개한다.
실사 보고서는 삼정회계법인과 법무법인 태평양이 작성한 것으로, 대우조선에 신규 자금 2조9천억원을 투입한다는 추가 경영정상화 방안이 이 보고서에 근거해 결정됐다.
실사 보고서에 회사의 영업 관련 주요사항이 담기는 점을 고려해 요약본이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 분식회계 전 투자한 회사채보유자, 실사보고서 '주목'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 결과는 지난 23일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경영정상화 방안 발표 때 일부 공개됐다.
실사 법인은 대우조선의 올해 수주가 2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 측이 제시한 목표치 55억달러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내년 수주도 54억달러에 그쳐 부족자금이 최대 5조1천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당국과 산은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만기를 연장해 1조5천500억원을 채우고, 채권 이자율은 3%대에서 1%로 낮춰 이자비용 3천억원을 절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2015년 10월 지원을 결정한 4조2천억원 중 투입하지 않고 남아 있는 4천억원을 쓰면 대우조선이 신규 자금을 2조9천억원만 지원받아도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사 보고서에는 이처럼 대우조선의 재무 구조와 유동성 상황 등이 자세히 담겨 있어 시중은행과 회사채 기관 투자자들은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봐야 출자전환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국민연금을 비롯한 회사채 투자자들이 보고서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로 인한 회계 부정 이전의 재무자료를 보고 투자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회사채 3천900억원(29%)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지난 28일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첫 실무회의를 열었지만, 자료가 부족해 찬·반 입장을 결정하지 못하고 산업은행에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국민연금은 추가 자료를 바탕으로 오는 31일 투자관리위원회를 열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중은행이나 회사채 투자자가 요구할 경우 필요한 실사 자료를 당연히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채무재조정 성공해도 회수율 57∼59%"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 안의 핵심인 회사채 투자자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금융당국은 현대상선 구조조정 때도 사채권자들의 채무 재조정을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한 전제 조건 중 하나로 뒀었다.
사채권자들은 회사채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만기 2년 연장·3년 분할상환하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러나 현대상선 출자전환 방식은 공모 가격과 방식 측면에서 대우조선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상선은 일반공모 방식을 택해 회사채 투자자들이 주식을 시가보다 30% 낮은 가격으로 받을 수 있었다.
대우조선은 회사채를 주당 4만350원에 주식으로 바꿔주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지난해 7월 14일 대우조선이 분식회계 혐의로 거래가 정지된 날의 가격에서 10%를 깎은 금액이다.
게다가 대우조선은 분식회계 의혹으로 지난해 7월 주식 거래가 정지돼 주식을 받더라도 현금화가 어렵다.
금융당국이 올해 9월 주식 거래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수년간 영업손실이 발생한 터라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대상선의 경우 사채권자 채무재조정 과정에서 회사채 신용등급이 CCC로 강등되면서 채권 평가 금액이 평균 22% 감액됐는데, 대우조선 회사채 투자자들 역시 감액을 예상해야 한다.
결국 회사채 투자자들이 출자전환 채권의 상당 부문을 손해 봐야 하는 셈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출자전환 이후 대우조선이 채권단 계획대로 정상화된다 해도 출자전화 회사채 회수율이 57∼59%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다.
출자전환과 신규 자금 투입 이후 대우조선에 다시 위기가 닥칠 경우 회수율은 12∼22%로 봤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우조선에 2015년 10월 4조2천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이후 1년 반 만에 모든 채권자의 고통 분담을 전제로 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조선업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또다시 위기가 닥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사채권자들이 채무 재조정에 동의하지 않아 대우조선이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Pre-packaged Plan)에 들어가고, 선수급 환급 요구(RG콜)가 전액 들어오는 최악의 상황에서 회수율은 1.76%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회사채 투자자들도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갈 경우 투자자금 회수율이 대폭 낮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문제는 대우조선이 언제 정상화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회사채 50%를 만기 유예해주더라도 앞으로 추가 부족자금이 발생하지 않아야 원금을 상환받을 수 있게 된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29일 "(대우조선에 대한) 이번 지원방안에도 불구하고, 밝지 않은 조선업황을 고려할 때 결국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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