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佛畵)로 달래는 세월호 아픔…장곡사에 감로도 봉안

입력 2017-03-30 09:54  

불화(佛畵)로 달래는 세월호 아픔…장곡사에 감로도 봉안

사찰문화재보존연구소, 세월호 다룬 감로도 제작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세월호 참사 발생 3주기를 앞두고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불화 감로도(甘露圖)가 충남 청양 장곡사 하(下)대웅전에 봉안된다.

사단법인 사찰문화재보존연구소는 다음 달 8일 장곡사에서 세월호 참사 등을 다룬 감로도의 점안식을 봉행한다고 30일 밝혔다.

감로도는 중생들에게 감로(甘露·단맛이 나는 이슬)와 같은 법문을 베풀어 해탈에 이르게 한다는 뜻을 지닌 그림이다. 현실의 희로애락을 생동감 있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감로도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혼(孤魂)들에게 아미타부처와 일곱 여래가 법문을 펼쳐 극락에 태어날 수 있게 구제하는 장면을 화폭에 담았다.

작품 제작은 장곡사 주지 서호 스님의 의뢰로 이뤄졌다. 감로도의 도감을 맡은 이수예 소장은 "세월호 참사와 현대사의 아픔을 담은 불화에 대한 구상을 스님께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수락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를 다룬 감로도를 불당에 모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더욱이 참사 발생 3년 만에 세월호 선체가 인양되는 상황이라 더 뜻깊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을 비롯한 연구원 6명이 함께 작업한 감로도는 완성까지 총 6개월이 걸렸으며 밑그림을 그리는 데만 꼬박 넉 달이 걸렸다.

완성된 감로도는 가로 180㎝, 세로 177㎝ 화폭에 상·중·하 3단 구조를 이루고 있다.

상단은 불보살의 세계, 중단은 천도재를 지내는 제단과 법회 장면을 표현했다. 하단에는 세월호 참사와 촛불집회, 위안부 소녀상 설치, 5·18 민주화운동,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사건 등 시대의 아픔과 중생의 고통을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이 소장은 "최근 벌어진 재난과 사회적 문제 등을 다뤄 안타까운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렸다"며 "아픈 역사를 잊지 말고 꼭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말했다.

불화가인 이 소장은 화엄사와 미황사 괘불을 복원 모사했고 범어사, 대흥사, 화엄사, 무위사 등 전국 40여 사찰에서 성보 문화재 조성과 보수 불사에 참여해왔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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