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인구도 영향…'3만달러=선진국' 통념에 집착할 필요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노재현 박의래 기자 = 한국이 지난해에도 선진국 관문으로 인식되는 1인당 국민소득(GNI) 3만달러 도달에 실패했다.
2006년 2만달러대에 진입한 뒤부터 11년째 3만달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3만달러 달성 예상 시기로 2020년 이후를 많이 꼽았다.
하지만 국민소득이 경제 성장률과 환율, 인구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쉽지 않고 최근처럼 환율 변동이 크면 더 어렵다고 밝혔다.
'3만달러=선진국'이라는 통념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4만달러 공약에 현실은 2만달러대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7천561달러로 3만달러에 못 미쳤다. 증가율은 1.4%에 그쳤다.
이런 속도라면 3만달러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한국의 국민소득은 3년째 2만7천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2008년 취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2013년 취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4만달러를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3만달러의 벽도 넘지 못했다.
고도성장에 익숙한 한국으로서는 답답한 상황이다.
◇ 현대경제연구원 "3% 성장하면 2021년"…IMF "2020년"
한국의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에는 최소 3∼4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3만달러 달성 시기에 대해 "가정에 따라 다르다"면서 "실질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2.0%라면 2023년 말, 2.5%라면 2022년 말, 3.0%라면 2021년 말에 3만달러를 넘게 된다"고 예상했다.
인구수는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로, 환율은 최근 5년(2012∼2016년)간 연평균 환율인 달러당 1,113원으로 추산했다고 주 실장은 밝혔다.
1인당 국민소득은 국제 비교를 위해 국민소득(명목)을 미국 달러로 환산해 인구수로 나눈 것이다.
따라서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은 국민소득 증가 요인으로,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과 인구 증가는 감소 요인으로 각각 작용한다.
주 실장은 "만약 원/달러 환율이 1,000원까지 떨어지고 올해 3.0% 성장하면 올해 말에 3만달러를 넘을 수 있지만 상당히 어려운 조건이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써는 환율이 (국민소득에) 가장 큰 변수이고 최근 5년간 평균 환율을 고려하면 경제가 3% 성장해도 2020년은 넘어야 3만달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국민소득 3만달러 진입 시기를 2020년으로 예측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2018년에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예산정책처는 이런 전망의 전제 조건으로 실질 경제성장률을 2016년 2.6%, 2017년 2.8%, 2018년 2.9%로 예상했으며 종합적 물가지수인 GDP디플레이터 상승률은 1.2%와 1.3%, 1.4%로 각각 제시했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2.8%로 예산정책처 전망보다 높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이 2.8%를 기록할지는 아직 의문이다.
다수 기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초중반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환율 변동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도달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환율 변동성이 매우 커 국민소득에 경제 성장률보다 환율 영향이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떨어지는 상황이 이어지면 이르면 내년에도 3만달러가 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다른 선진국 8.2년 걸려…3만달러→2만달러 추락한 나라도 있어
예산정책처와 IMF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 199개국 중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나라는 25개국이다.룩셈부르크,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 스웨덴, 영국, 독일, 홍콩, 프랑스, 일본, 뉴질랜드 등 주요 선진국이 대부분 포함됐다.
이들 국가가 2만달러에서 3만달러까지 가는 데 평균 8.2년이 걸렸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했다가 2만달러대로 추락한 나라도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2004년과 2007년 3만달러대에 진입했지만 유럽 재정위기로 2012년 2만달러대 그룹으로 돌아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소득 3만달러보다 지속적인 성장이 중요하다"며 "3만달러 벽에 막힌 것은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고 이렇게 가면 3만달러 벽을 넘어도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가계 가처분 소득 확대와 고용사정 개선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해야 외형뿐만 아니라 질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이 작년 국민소득을 발표한 지난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소득 양극화가 심화돼 1인당 국민소득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터넷 포털인 다음 사용자 '푸른 물결'은 "국민 1인당 소득수준 2만7천달러라도 돈은 재벌과 상위 5% 부자들이 다 갖고 있는데, 5천만 국민 숫자로 나눠 수치를 발표한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밝혔다.
다른 누리꾼은 "체감소득이 1만달러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국민소득 목표치를 숫자로 제시했다가 달성하지 못한 정권이 많았다"면서 "3만달러가 선진국이라는 통념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숫자가 아니라 부담 없이 교육을 받고 일자리를 얻어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고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춘 소득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ees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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