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상 폭의 3배 요구…고용주들 "실업문제 악화"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세계 최고 수준인 호주 최저임금의 올해 인상 폭을 놓고 노동계와 사용자 단체 간 뜨거운 공방이 뜨겁다.
특히 노동계가 예상외로 큰 폭의 인상안을 제시하면서 고용주 단체의 반발도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정부도 일자리 문제를 거론하며 사용자 단체를 지원하고 나섰다.
호주노동조합협의회(ACTU)는 29일 독립적인 최저임금 결정기관인 공정근로위원회(FWC)에 주당 45 호주달러(3만8천500원)의 인상안을 제시했다. 이는 6.69% 인상에 해당한다고 호주 언론은 30일 전했다.
ACTU 측은 지난해에는 주당 30 호주달러(2만5천600원)의 인상을 요구했고, 최종 인상액은 절반 수준인 15.80 호주달러였다. 당시 시간당 임금은 17.70 호주달러(1만5천100원)로 결정됐으며 이는 전년도의 17.29 호주달러(1만4천500원)보다 2.4% 오른 수준이었다.
최근 취임한 샐리 맥매너스 ACTU 사무총장은 "평균임금에 비해 최저임금이 위태로울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맥매너스 사무총장은 또 과거 낙수효과에 기댄 대기업 위주의 정책이나 민영화를 앞당긴 신자유주의는 불평등을 심화하는 등 노동자들을 더 어렵게 했다며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노조단체는 시간당 임금을 20 호주달러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용자 단체들은 "호주의 최저임금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요구안이 지나치게 높다고 반박했다.
호주상공회의소(ACCI)를 이끄는 제임스 피어슨은 ACTU를 향해 "최저임금으로 직원을 고용하는 수십만명의 고용주들을 ATM기처럼 취급하지 말라"며 이런 인상 요구가 고용주뿐만 아니라 실업상태인 사람들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업자단체들은 최저임금을 주당 8~10 호주달러 사이에서 올려주도록 FWC 측에 요구했다.
호주 정부도 의견서를 통해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할 것이고 특히 젊은층이나 저숙련 노동자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며 FWC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정부는 특히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고 실업률도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했지만, 임금인상률은 인플레이션 상승률을 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수 성향의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은 영어권 국가들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제시하면서 호주가 이미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웃인 뉴질랜드의 경우 시간당 최저임금은 14.55 호주달러(1만2천400원)다. 영국은 12.40 호주달러(1만600원), 미국 연방은 9.55 호주달러(8천200원)다. 다만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13.17 호주달러(1만1천200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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