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안보협력 지렛대로 FTA 얻으려 한다" 질타
英 "유로폴 최대 기여자…합의 없으면 우리 정보 가져가야"
(서울 런던=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황정우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에서 영국이 원하는 영-EU 자유무역협정(FTA)을 얻으려고 범죄 및 테러 대처 정보공유를 협박 카드로 쓰고 있다는 비난을 제기했다.
발단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9일(현지시간)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보낸 탈퇴 통보 서한에서 비롯됐다.
메이 총리는 "경제(영-EU 자유무역협정)와 안보협력을 포함하는 영국과 EU 사이의 깊고 특별한 협력에 동의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유럽의 안보가 냉전 종식 이래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하다"며 "우리(영국과 EU) 시민들의 번영(경제)과 보호(안보)를 위한 협력의 약화는 큰 대가를 치르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적시했다.
또 "안보 측면에서 합의 도달 실패는 범죄 및 테러와의 싸움에서 우리의 협력이 악화할 것"이라고도 했다.
메이는 몇 시간 뒤 BBC와 인터뷰에선 영국이 EU 공동경찰인 '유로폴(EUROPOL)'일원으로 남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지금의 협력 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하지만 EU를 떠나기 전에 모종의 합의가 없으면 자동으로 떠나게 돼 있어 "협상 패키지의 일부"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유로폴 회원에서 탈퇴하면 정보공유가 끝나는 것이냐는 뒤이은 질문에 "회원으로 있을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유로폴) 정보에 접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지난주 런던에서 일어난 사건(차량 테러)에서 보듯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며 정보공유 협력에 대한 '영국'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EU 고위 인사들은 영국이 원하는 FTA를 위해 안보를 패키지로 묶어 '협박'하고 있다고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유럽의회 브렉시트 협상위원인 기 베르호프스타트 벨기에 전 총리는 즉각 영국을 향해 군사, 정보 분야에서의 영향력을 협상 카드로 쓰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나는 숙녀에게 신사적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협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안보는 거래 대상으로 삼기에는 너무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의회에서 두 번째로 큰 사회민주당을 이끄는 지아니 피텔라 의원도 "협상에서 사람들의 생명을 갖고 장난을 친다면 충격적일 것"이라면서 "그것은 협박처럼 느껴진다. 안보는 우리 모든 시민을 위한 것이지 협상 카드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이런 비판은 영국에서도 나왔다.
자유민주당 팀 패런 대표는 안보 문제가 무역협상과 연계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메이 총리의 발언은 EU가 영국에 유리한 합의안을 내놓지 않으면 안보협력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뻔뻔한 협박"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노동당 의원인 이베트 쿠퍼도 "다른 EU 국가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심각한 자해행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범죄 및 테러 대처와 관련한 브렉시트 협상 의제에는 유로폴 정보공유 이외 역내 용의자 송환 절차를 간소화한 유럽체포영장(EAW) 절차와 범죄 용의자와 테러리스트, 실종자 등에 관한 국경담당기관 경보 체계인 솅겐정보시스템(SIS Ⅱ)도 포함된다.
이런 비판이 나오자 앰버 루드 영국 내무장관은 "같은 문단에 있었지만 같은 문장은 아니다"며 총리가 FTA 협정과 범죄 대처를 연계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루드 장관은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영국이 유로폴에 계속 기여하고 계속 정보를 가져오도록 하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한 뒤 영국이 유로폴 회원이 되지 않느냐고 거듭된 질문에 "그럴 것 같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합의가 어떤 식으로 될지 말하기 이르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유로폴의 최대 기여자다. 만일 우리가 유로폴을 떠난다면 우리 정보를 가져갈 것이다. 법에 그렇게 돼 있다"며 "영국 정보가 유럽 국가들 안전에도 도움이 되기에 우리가 정보를 유로폴과 계속 공유하기를 유럽 파트너들이 바란다. 이 문제는 다툼의 여지가 큰 이슈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영국 정부 한 소식통은 영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지위 문제는 협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U 잔류 지지자이자 하원 정보안보위원회 위원장인 도미니크 그리브는 "총리의 서한은 영국이 합의안 없이 EU를 떠날 경우 경제뿐 아니라 EU와의 긴밀한 협력에 의존하는 우리의 안보까지 해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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