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파운틴헤드' 연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세계 연극계에서 주목받는 벨기에 출신 연출가 이보 반 호브(59)가 연극 '파운틴헤드'로 2012년 '오프닝나이트' 이후 5년 만에 다시 한국 관객을 만난다.
31일부터 4월2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파운틴헤드'는 미국으로 망명한 옛 소련 출신 작가 에인 랜드가 1943년 발표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공연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반 호브 연출은 30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내가 만든 작품 중 가장 잘 된 작품 중의 하나"라면서 "소설을 연극으로 옮긴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7년 원작을 선물받은 뒤 750쪽 분량의 책을 단숨에 읽어내렸고 곧바로 연극으로 만들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저작권을 얻는 데 6년이 걸렸어요. 배우 브래드 피트가 저작권을 갖고 있었던 것 같은데 너무나 연극으로 만들고 싶어서 포기하지 않고 3개월마다 저작권 재청구를 했죠. 그러다 몇 년 전에 아직도 원한다면 저작권을 얻을 수 있다고 통보받았죠."
연극은 상반된 성향을 가진 젊은 건축가 두 명의 이야기다. 대학 졸업 후 미국 뉴욕의 대형 건축사 사무소에 들어가게 된 피터 키팅은 고객의 요구는 무엇이든 들어주는 건축가가 된다. 반면 또다른 건축가 하워드 로크는 건축사 사무소에 들어가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훌륭한 건축 양식인 '모던한 건축' 양식만을 고집한다. 고객의 요구에 맞추느니 차라리 가난하게 사는 것을 택하는 이상주의자다.
반 호브 연출은 "이상을 좇아야 하나, 관객이나 상황에 맞춰 타협하거나 순응해야 하나는 예술가로서도 매우 중요한 주제"라면서 "두 사람의 이런 대립지점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연극 '파운틴헤드' 소개 영상[LG아트센터 제공][https://youtu.be/yoCH9egEfn4]
그는 "이 작품은 "사회 일부분이 될 것이냐, '나'라는 개인으로 남을 것인가' 선택하도록 질문한다"면서 "소설에서 작가는 후자의 편을 들지만 연극에서는 특별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관객이 선택하도록 열어둔다"고 설명했다.
"저는 예술가로서는 하워드 로크가 되고 싶지만 한 시민으로서는 다릅니다. 로크의 극중 대사에 '아무도 세금을 낼 필요가 없고 건강보험료를 낼 필요도 없으며 자신을 돌봐야지 다른 사람을 돌볼 필요는 없다'는 부분이 있어요. 그러나 저는 시민으로서는 세금도 내고 건강보험료도 내면서 다른 사람도 저처럼 양질의 삶을 살아가게 하고 싶고 그럴 사회적 책임도 있습니다. 물론 예술가로서는 굳이 그렇게 민주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반 호브 연출은 최근 세계 연극계의 '핫한' 연출가다. 2006년 셰익스피어 작품 3개를 엮어 만든 '로마 비극'(Roman Tragedies)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2015년, 2016년 연극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A View from the Bridge)으로 영국과 미국의 권위 있는 공연예술상인 올리비에상과 토니상의 작품상과 연출상을 동시에 받았다.
이현정 LG아트센터 기획팀장의 말에 따르면 "현재 세계 주요 도시의 유명 극장 프로듀서들이 같이 작업하고 싶어 애를 태우는 연출가"다.
그는 자신의 연출 방식에 대해 "배우 중심형 연출가"라고 말했다.
"우리 극단(토닐그룹 암스테르담)에는 22명의 배우가 있는데 이미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 서로를 잘 알고 신뢰하고 있습니다. 신뢰가 형성되면 최상의 결과가 나오죠. 최고의 작품을 만들자는 같은 목표가 있습니다. 이 지역의 축제가 아니라 '연극계의 올림픽'에 참가한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자는 말을 하죠. 리허설을 할 때는 배우들에게 다음 장면이 무엇일지에 대해 예견하거나 짐작하지 말라고 합니다. 매 순간에 도전해 보라고, 매 순간에 충실하라는 거죠. 어떻게 보면 삶과 비슷하죠. 삶에서는 다음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삶을 살아가는 다층적인 면모 같은 것들을 많이 보여주려 합니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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