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렉시트는 브렉시트와 다른 차원, EU 존립 사안"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설왕설래하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실행 단계에 들어서면서 EU는 이제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고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30일 전했다..
오는 5월 치러지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이다. 가능성은 적지만 만약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가 당선되면 프랑스의 EU 탈퇴(프렉시트)도 가시권에 들어서게 된다.
그리고 르펜이 국민투표에 회부해 프렉시트가 현실화하면 EU는 브렉시트보다 훨씬 큰 차원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EU 존재 자체가 걸린 사안이다. 유럽 통합을 향한 모든 프로젝트가 위협받게 된다.
EU 집행위원회 내에서는 따라서 프렉시트 가능성을 겨냥해 "브렉시트로부터는 생존이 가능하지만 프렉시트는 그렇지 않다"라는 우려가 고조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르펜은 최근 프랑스가 EU의 한 구역이 아닌 진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여론을 의식해 프랑스의 전면적인 EU 탈퇴 주장을 완화하고 있으나 EU 탈퇴에 관한 국민투표에 대해서는 계속 지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또 프랑스가 유로존과 솅겐조약을 탈퇴해 국경통제와 프랑스 통화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 입장들은 프랑스의 EU 잔류와 양립할 수 없는 것이다. 유로나 솅겐을 벗어나면서 EU 회원국으로 잔류하는 법적 구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EU 측 해석이다.
어떻든 만약 르펜이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되면 EU 창설이래 처음으로 유럽회의론자가 프랑스 대통령궁(엘리제궁)에 들어서게 된다.
2차 결선 투표에서 중도파 에마뉘엘 마크롱에 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르펜의 당선은 EU에 재앙이자 EU 프로젝트에 대한 존재의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EU는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프랑스 대선에 간접 '개입'하고 있다. '사실확인' 캠페인을 통해 르펜 진영이 EU와 관련해 퍼뜨리는 잘못된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다.
유로화가 없으면 프랑스의 살림살이가 더 나아지고 EU가 프랑스의 구매력을 파괴한다는 등의 주장이다.
EU가 프랑스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나 르펜의 승리를 EU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은 부동의 사실이다.
프랑스 사회당 출신의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금융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회견을 통해 (EU가) 르펜과 같은 반(反) EU 후보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면서 "프랑스가 EU를 떠나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으며 프랑스의 EU 탈퇴는 유럽을 죽이고 프랑스도 심각하게 질식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EU 집행위는 물론 EU 의회 내에서도 극우 선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EU 의회는 앞서 공금 유용을 이유로 르펜으로부터 수십만 유로를 환수하려 나섰다 르펜과 충돌을 빚었다. 르펜은 자신에 대한 공금유용조사가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의회 간부들을 제소했다.
프랑스 대선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마크롱과 프랑수아 피용, 그리고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 등 3명의 후보를 차례로 만났다. 그러나 르펜 측은 융커 위원장과의 만남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융커 측근들은 전했다.
융커 위원장은 최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EU는 살아남을 것이다. 왜냐하면, 르펜이 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EU 측이 당초 기대를 걸었던 보수계 피용 후보가 스캔들 여파로 추락하면서 이제는 EU 통합 지지자인 중도계 마크롱 후보가 EU의 구세주로 등장한 형국이다.
그리고 2차 투표에서 마크롱 후보가 무난히 르펜을 물리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로 EU 관리들은 일단 한숨을 돌린 상태다.
그러나 만약 피용 지지자들이 마크롱에게 표를 던지지 않고 기권하거나, 르펜이 열성 지지자들을 동원하는 데 성공할 경우 르펜의 승리도 가능하다.
지난해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 투표의 향방을 가른 것은 정치 무관심층이었던 점도 우려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EU는 르펜의 승리에 대비해 특별대응팀을 구성하는 등의 별도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융커 위원장을 비롯한 EU 집행위의 관리들은 EU의 존재에 치명적 타격을 안겨줄 수 있는 프랑스 대선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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