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알고 묻는 맞춤형 서비스 강화…적용 서비스 확대
음성 인식률 향상 과제…고객 편의성 높여야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스마트폰 제조업체, 통신사, 포털까지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선두주자들이 음성 인식 인공지능(AI)의 영토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외부 파트너사와 협력해 적용 서비스를 늘리고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미리 파악해 제안하는 맞춤형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게 공통된 전략이다.
하지만 음성 인식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데다가 차별화된 서비스도 부족해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공개된 삼성전자[005930]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에 탑재된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는 음성 명령뿐 아니라 화면 터치, 카메라 촬영 등 다양한 입력 방식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당 정보의 맥락까지 이해해 이용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의 음성 지시에 따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특정인에게 전송하고, 물건의 사진을 찍으면 해당 제품의 정보와 구매처를 알려준다. 명령을 실행한 후 이용자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되묻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전화, 문자 등 갤럭시S8에 기본으로 내장된 애플리케이션과 빅스비를 우선 연동했다. 아직은 빅스비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거나 네이버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삼성전자는 빅스비의 진화를 위해 타사 앱을 최대한 끌어들여 '빅스비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를 외부에 공개할 방침이다.
작년 가을 국산 인공지능 스피커 1호 '누구'를 내놓은 SK텔레콤[017670]의 전략도 이와 비슷하다.
SK텔레콤은 작년 11월 팟캐스트, 치킨·피자 배달, 12월에는 위키백과 음성 검색을 '누구'에 추가한 데 이어 이날 전자상거래(커머스) 플랫폼 11번가와 제휴해 음성 쇼핑 기능을 추가했다. 연내로 '누구' API(개발도구)를 개방해 외부 파트너사와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선보인 업데이트 알림 기능을 시작으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도 강화한다.
'누구'의 알림 기능은 인공지능 기기가 이용자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말을 거는 서비스를 상용화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SK텔레콤은 향후 인공지능이 이용자가 필요한 것을 미리 파악해 제안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집에 들어왔을 때 먼저 AI 기기가 말을 걸어줬으면 하는 고객들이 상당히 많다"며 "고객이 불편하지 않은 수준에서 알림 기능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1월 출시된 KT[030200]의 인공지능 서비스 '기가 지니' 역시 음성 및 얼굴 인식 기능을 고도화해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알아서 이용자를 인식해 취향에 맞는 음악이나 영화를 추천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적용 서비스도 늘려 인터넷 쇼핑, 실시간 포털 검색 기능 등을 추가하고, 장기적으로 금융과 부동산 등으로 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다. KT는 가정용 외에 사무실용 '지니'도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버와 카카오[035720]도 음성 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올해 안에 출시해 협력사의 서비스와 연동할 계획이다.
하지만 가장 기본인 인공지능의 음성 인식률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음성 인식이 제대로 안 되다 보니 기존의 기기를 직접 제어하는 방식보다 오히려 더 불편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조사 역시 음성 인식의 진화를 최대 과제 중 하나로 꼽는다.
삼성전자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투리로 말할 경우 어느 정도까지 인식하도록 할 거냐 하는 문제가 있다"며 "언어인식기능이 커버하는 범위를 90%까지 올리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누구'나 '기가 지니'처럼 단독 기기의 경우 스마트폰에 탑재된 음성 비서와 영역이 겹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빅스비는 단말 제어와 관련된 기능이 많아 생활 밀착형 서비스인 '누구'와는 영역이 다르다"며 "누구'가 빅스비와 경쟁하는 관계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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