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 월트 디즈니에 소속된 중국인 임원이 중국 지방정부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29일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월트 디즈니는 특별사업 담당 이사로 채용한 멍더카이(43)가 몇몇 지방 도시들과 회사를 사칭한 사업 계약을 맺었다는 언론 보도의 진위를 조사한 뒤 그와 결별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월트 디즈니는 지난 2월 뉴스 전문 웹사이트인 펑파이뉴스(澎湃新聞)가 그의 사기 의혹을 보도함에 따라 조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본인이 사표를 냈는지, 아니면 회사측이 해고를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멍더카이는 2013년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시와 13억 달러 규모의 '디즈니 문화산업파크'를 건설하기로 합의하는가 하면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시와 디즈니의 이름이 들어간 사업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계약이 모두 본사의 허락 없이 이뤄진 것이었다는 점이다. 멍더카이와 함께 계약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진 당시 허페이 시장 장칭쥔은 그 후 부패 혐의로 해임됐다.
허난성 현지 신문에 따르면 월트 디즈니는 정저우시에 디즈니랜드 파크 등을 건설하는 내용으로 허난성 정부와도 양해각서를 맺은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월트 디즈니 대변인은 허난성 정부와 "매우 제한적인 소비자 상품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을 뿐이며 아마도 허난성 정부측이 선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펑파이뉴스는 멍더카이는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 출신으로, 산둥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이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재직한 인물로 한 기업 회장과 손을 잡고 중공업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한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의 기업 데이터베이스인 텐옌차(天眼査)를 살펴본 결과, 멍더카이는 중국의 21개 기업과 연관을 맺고 있었으며 해당 기업의 법적 대표 혹은 임원으로 등재돼 있었다. 또한 관련 기업의 대부분은 사명에 '디즈니'를 뜻하는 한자를 포함하고 있었다.
국제적 컨설팅 기업인 APCO 월드와이드의 중화권 사장인 제임스 맥그리거는 뉴욕 타임스에 "중국에서 외국 기업들을 상대로 벌인 사기에 관한 한 내가 접해본 가장 기묘한 사건"이라고 논평했다.
월트 디즈니는 홍콩 디즈니랜드에 이어 지난해 중국 본토에는 처음으로 상하이에 55억 달러가 투자된 디즈니랜드를 개장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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