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법원은 트럼프 '反이민 행정명령' 무기한 연장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이어 '피난처 도시' 재정지원 중단도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에드 머리 시애틀 시장은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이 발표한 피난처 도시 재정지원 중단 방침이 수정헌법 10조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수정헌법 10조는 연방정부 정책을 지방 정부에 강요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는 연방정부의 반이민 정책을 거부하고 불법 체류 이민들을 보호하는 도시들을 말한다. 세션스 장관은 불법 체류자 체포 및 구금에 비협조적인 지방 정부에 연방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머리 시장은 "시애틀은 백악관이나 행정부의 괴롭힘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위헌적인 명령에 맞서 소송전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법은 우리 편'이라고 말한 그는 "연방정부는 우리 경찰들이 연방 이민법을 집행하도록 강요할 수 없으며, 이민자들에게 등을 돌리도록 하는 데 연방예산을 쓸 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 보스턴, 시애틀 등 미국 주요 대도시 시장들도 피난처 도시 재정지원 중단 방침을 맹렬하게 비난하며, 일부는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시애틀을 이를 실행에 옮긴 첫 도시이다.
이날 워싱턴에서는 미국 전역에서 모인 시장들과 경찰서장들이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을 만나 피난처 도시 재정지원 중단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했다.
이들은 "겁에 질린 이민자들이 범죄 신고를 두려워하고 있으며, 범죄율이 치솟을 우려가 있다"며, 지방 정부는 이민자의 상태를 연방정부에 보고할 법적 의무가 없는데 무슨 근거로 재정지원을 중단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미 시장협의회 의장이자 공화당원인 믹 코넷 오클라호마시티 시장은 자신도 소송전에 합류할 의사가 있다면서 "위헌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있을 수 있으며, 특히 불법 체류자 구금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 반이민 행정명령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정책을 법원이 가로막은 또 한 번의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와이 주 연방지방법원의 데릭 K. 왓슨 연방판사는 지난 15일 이슬람권 6개국(이란·시리아·리비아·예멘·소말리아·수단) 출신 국민의 입국을 90일간 제한하는 반이민 행정명령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나아가 이날 반이민 행정명령의 효력 중단을 무기한 연장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는 반이민 행정명령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종료될 때까지 이를 시행할 수 없게 됐다.
당초 반이민 행정명령의 효력 중단을 요청했던 하와이주는 "왓슨 판사의 결정으로 미국 전역에 걸쳐 이슬람교도 시민의 헌법적 권리가 보장받게 됐다"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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