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5·9 대선을 앞두고 가짜뉴스(페이크뉴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짜뉴스의 급속한 확산도 문제지만 갈수록 그 형태가 정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이달 17∼19일 전국의 20∼50대 성인 남녀 1천8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 심각성이 피부에 와 닿는다. 진짜 뉴스 2건과 가짜뉴스 4건을 놓고 진위를 정확히 맞춘 응답자는 전체의 1.8%에 불과했다고 한다. 4건 이상 진위를 맞힌 응답자도 43.8%에 그쳤다. 올해 들어 가짜뉴스를 받아봤다는 응답자는 32.3%였다. 이밖에 83.7%는 '한국도 가짜뉴스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고 83.6%는 '가짜뉴스 때문에 우리 사회의 분열이 심해지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가짜뉴스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6월의 영국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와 11월의 미국 대선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미 대선 때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황당한 가짜뉴스가 나돌기도 했다. 이런 가짜뉴스들이 수없이 쏟아지다 보니, 영국 국민투표와 미국 대선에 적지 않는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응책을 마련하는 나라들도 늘고 있다. 9월에 총선을 앞둔 독일은 가짜뉴스 생산자를 최고 징역 6년형에 처하고, 이를 싣거나 옮긴 매체는 건당 50만 유로(6억3천만 원)의 벌금을 물리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가짜뉴스 피해에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한 SNS의 단체채팅방이 각종 루머를 퍼뜨리는 창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채팅방의 경우 사적인 공간이어서 단속도 미치기 어렵다고 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방한 혐의로 고발당한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도, 단체채팅방에 올린 글이 문제가 됐다. 경찰은 신 구청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조사 중이다. 대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가짜뉴스가 얼마나 기승을 부릴지 걱정이 앞선다.
정부도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월 가짜뉴스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검찰은 지난 17일 전국공안부장검사회의를 열어 악의적이고 계획적인 가짜뉴스 작성자와 유포자를 엄벌에 처하기로 했다. 경찰도 지난달 초순부터 전담반을 구성해 단속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 가짜뉴스 문제가 말끔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범사회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터무니없는 가짜뉴스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선거 때 나도는 가짜뉴스는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독초나 마찬가지다. 유권자들도 가짜뉴스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뉴스의 진위를 더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