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한 날 '호랑이' 이정철 감독에게 '한풀이'
(화성=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아무리 맞아도 안 아픈 날이 있다.
프로배구 여자부 IBK기업은행의 이정철(57) 감독에게는 30일이 그런 날이었다.
이날 IBK기업은행은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흥국생명과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승리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을 확정한 뒤 IBK기업은행 선수단은 우승 티셔츠로 갈아입고 한 명씩 헹가래를 시작했다.
평소 선수들에게 엄하기로 이름난 이 감독 역시 선수들에게 둘러싸여 코트 높이 날아올랐다.
그런데 이 감독에 대한 세리머니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선수들은 이 감독을 둘러싸고 그의 등에 주먹과 발로 '격렬한 축하' 인사를 했다.
몇몇 선수는 끝까지 따라가 한 대라도 더 치려고 했는데, 이 감독도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대신 이 감독은 인터뷰장에서 "발로 차는 게 아니라 짓누르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전에 우승했을 때는 '톡' 찼는데, 올해는 별로 혼을 안 내서 얕잡아보고 강하게 간 게 아닌가 싶다"면서도 "우승하고 이 정도 맞고 버틸 맷집은 아직 갖고 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리고는 갑자기 생각이 난 듯 "박정아는 아예 구호까지 외치면서 때렸다. 영상 자료 돌려보면 누군지 다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V리그에서 훈련량이 많기로 소문난 지도자다.
경기 중에 선수들에게 큰 소리로 질타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IBK기업은행 선수들이 한풀이한 셈이다.
김사니는 이 감독에게 점수를 매겨 달라는 질문에 "70점이다. 배구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지만, 화내시는 것 때문에 30점을 뺐다"며 웃었다.
박정아와 김희진은 "둘이 (50점씩) 합쳐서 100점 드리겠다"고 재치 넘치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들뜬 분위기에 외국인 선수 매디슨 리쉘도 가세했다.
그는 "감독님을 저렇게 축하해주는 걸 이미 KOVO컵에서 봤다. 이번이 두 번째라 놀랍지는 않다"며 "1년에 두 번은 충분하지 않다. 나도 한 대 때렸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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