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포럼 연설서 주장…"주미 러 대사 미 인사 접촉은 외교관례"
"트럼프 만날 준비돼…러 시위 가담자 석방 서방 요구는 내정간섭"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에 러시아가 해킹을 통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거듭 반박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국 북단 도시 아르한겔스크에서 열린 북극 관련 포럼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주장'에 대해 논평해 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을 받고 "이 모든 것은 미국 내부 정치에 이용되고 있다"며 "일부 미국 정치 세력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반(反)러시아 카드를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은 이와 관련 러시아는 이미 오래전에 미국 측에 사이버 안보와 관련한 정부 간 협정 체결을 제안했으나 미국이 거부했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우리는 선거 개입에 관한 이 근거 없는 비난을 끝없이 듣고 사이버 안보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며 "우리가 (사이버 안보) 협정 체결을 먼저 제안했지만 미국이 거절했다"고 말했다.
푸틴은 "미국에선 주미 러시아 대사 세르게이 키슬략이 누구를 만나든 그것을 스파이 행위로 본다. 이것이 바로 헛소리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문하면서 "정치 엘리트, 기업인, 의원, 백악관 관리 등을 만나는 것은 외교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와 미국 사이의 외교관계를 훼손하려는 시도는 무책임하고 잘못된 것이라면서 "외교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고 상황을 1960년대 카리브해 위기(쿠바 핵위기) 때처럼 몰고 가서 어쩌자는 것이냐. 이는 미국 국민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는 미국을 싸워야 할 상대가 아닌 파트너 관계를 맺고 싶은 강대국으로 간주한다"면서 "양국이 북극, 시리아 및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문제에서 대화를 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북극 지역에서 미국과 전쟁을 하거나 경쟁할 생각이 없다"면서 "북극의 섬과 연안 지역에서 군사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선박 항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줄곧 미 대선 개입 주장을 근거없는 정치 선전전이라고 반박해 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계획과 관련, 자신은 미국 정상을 만날 준비가 돼 있으며 미국이 대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경제, 안보, 지역 갈등 등 논의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면서 미-러가 조속히 어디서 만날지 어떤 문제를 논의할지를 결정하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날 포럼에 참석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 자국에서 첫 미-러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제안한 데 대해 가능하다고 답했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북극 이용 문제 논의를 위한 관련국들의 정상회의를 자국에서 개최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이 회의에서 미-러 정상회담을 조직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푸틴은 "핀란드가 조직하는 북극 정상회의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의향이 있으며 아니면 (올해 7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최근 러시아 전역에서 대규모로 벌어진 공직자 부패 척결 촉구 시위에 대해 "부패와의 전쟁 문제가 사회적 논의의 중심에 있는 것을 지지하지만 특정 정치 세력이 이를 선거전에 이용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랍의 봄' 같은 도구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잘 안다. 그것은 우크라이나의 정치 쿠데타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며 "모두는 법률의 틀 내에서 정치 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체포된 시위 참가자들을 석방하라는 서방의 요구는 내정 간섭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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