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사회 풍자·패러디…마지막회 시청률 17.2%로 종영
남궁민, 능수능란한 연기로 드라마 장악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기승전 멜로'를 탈피해 멋졌고, 톡 쏘는 패러디와 깔끔한 마무리가 뒷맛을 개운하게 했다.
초반 빵빵 터졌던 코미디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코미디 대신 채워넣은 풍자와 패러디가 드라마의 '의미'를 살렸다.
지난 10주 시청자를 모처럼 유쾌하게 만들었던 KBS 2TV '김과장'이 30일 막을 내렸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전국 17.2%, 수도권 17.8%.
같은 시간 경쟁한 SBS TV '사임당, 빛의 일기'의 전국 시청률은 9.3%, MBC TV '자체발광 오피스'는 6.0%로 나타났다.
김과장은 마지막 장면에서 "분위기 애매하면 다시 돌아온다"며 싱긋 웃었다.
누리꾼들은 즉각 시즌2를 외치며 김과장이 조속히 복귀하기를 염원했다.
◇ "현실에도 이런 사이다가 있기를"
부정부패를 저지른 사람들은 벌을 받아야 하고, 그들이 빼돌린 돈은 샅샅이 찾아내 모두 환수해야 한다. 당연한 일 같지만 현실에서는 참 어렵고 요원한 이 일을 '김과장'이 속 시원하게 해냈다. 그것도 '꿀맛'인 현실 패러디와 함께.
'김과장'은 마지막회에서 최근 우리나라 뉴스의 단골손님이었던 인물들을 패러디하고 단죄하면서 시원하게 한 방을 날렸다.
취재진 앞에서 "여기는 더이상 민주주의 검찰이 아닙니다. 자백을 강요하고 있습니다"라고 외치는 재벌 총수와 그런 총수의 모습을 뉴스로 보던 청소 아줌마가 "XX하네"라며 일침을 가하는 장면은 사전제작 드라마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싱싱한 맛'이다.
기업 회계 부정을 통해 어마어마한 돈을 스위스로 빼돌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고자 했던 재벌 총수의 통장에 결국엔 29만원 밖에 남지 않게 된 상황, 검찰 수뇌부 출신으로 정·재계를 주무르던 노회한 막후 실세가 결국 구속되는 상황 등은 혼자 보기 아까웠다.
재벌 총수가 "모든 것은 확실한 조사 후에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거라 믿습니다"라고 '뻔뻔하게' 자신하는 모습도 신선도가 꽤 높은 패러디였다.
비록 살인적인 '생방송 촬영'에 허덕여야 했지만, '김과장'은 현실과 호흡하는 대본을 통해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을 제대로 풍자하고 패러디했다.
아직 현실에서는 결론이 나지 않았으나, 드라마는 모든 비리가 낱낱이 밝혀지고 악당들이 모두 징역형을 받는 것으로 시청자의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줬다.
누리꾼들은 이구동성 "현실에도 이런 사이다가 있기를!"이라고 외쳤다.
◇ 1순위 아니었던 남궁민, 연기 대상 노릴 판
김과장 역의 남궁민은 '결코' 캐스팅 1순위가 아니었다. 오랜 기간 조연에 머물렀고, 지난해에야 SBS TV '미녀 공심이'를 통해 남자 주인공 자리를 꿰찬 그에게 이른바 '타이틀 롤'이 단박에 주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준비된 배우'였던 남궁민은 자신에게 온 기회를 꽉 잡았고 멋지게 홈런을 쳤다. 누리꾼들은 '연기 대상감'이라며 앞다퉈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7.8%에서 출발해 막강한 스펙의 SBS TV '사임당, 빛의 일기'를 4회 만에 잡고 수목극 1위로 올라선 '김과장'은 5회에서 15%를 넘어서며 안정적으로 16~18%의 시청률을 유지했다.
이러한 높은 시청률의 중심에는 남궁민의 기가 막힌 '원맨쇼'가 놓여있다. 그는 도대체 왜 이제야 코미디를 하는가 의문이 들 정도로 너무 웃겼다. 세포 하나하나 살아있는 듯한 표정 연기와 동작은 '무언극'을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5~6회까지 가파르게 오른 시청률이 이후 별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것은 남궁민의 코미디가 현저히 줄어든 탓이었다. 그 정도로 시청자는 남궁민의 코믹 연기에 열광했다.
코미디가 줄어들면서 시청률이 더이상 상승하지는 못했다. 지난 1일 기록한 18.4%가 자체 최고 기록이다.
하지만 코미디 없이도 시청률이 떨어지지 않은 점 역시 포인트다. 남궁민은 희로애락을 자유자재로 표현하며 드라마의 중심을 꽉 잡았다. 마지막회에서 그가 정든 회사를 떠날 때는 눈물이 핑 돌았다는 시청평이 이어질 정도로 그는 능수능란하게 꽉 찬 연기를 보여줬다.
또한 김원해를 중심으로 서정연, 남상미, 박영규, 준호 등 출연진의 고른 호연이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 '내 안의 용기' 건드리며 호응 이끌어
'김과장'은 누구에게나 있는 '내 안의 용기'를 건드리며 호응을 얻었다.
목포에서 조폭 자금 관리하며 슬쩍슬쩍 자기 주머니를 채웠던 반 건달 김과장이 서울 대기업에 취직해 어쩌다보니 '의인'이 되면서 이야기는 달려나갔다.
드라마는 옳은 일을 할 때 인간의 가슴에 피어오르는 불꽃을 활활 살리면서 시청자도 동참하라고 손짓을 했다.
하루하루 일상에 치여 살고, 상대적 박탈감과 열패감에 어깨가 축 처지지만 그래도 우리 안에는 용기와 신념이 있다고 속삭였다. 잘못된 일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냐며, 나쁜 놈들은 벌을 받아야 하지 않냐면서.
또 혼자서는 못해도 모두가 힘을 합하면 불가능해 보였던 일도 해낼 수 있다고 희망을 줬다.
박재범 작가는 마지막회에서 "그나마 어설프게 신념을 쫓는 자들이 있어 세상이 돌아가더라"는 대사에 자신의 메시지를 담았다.
그렇다고 '김과장'은 폼을 잡지 않았다.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비리의 재벌 회장은 징역 22년형을 받고도 끝까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김과장은 기업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엄청난 일을 해냈지만 다시 조폭의 밑으로 들어가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게 됐다.
"마크마크 덴마크"를 외쳤던 김과장이 양복을 벗고 수유리의 나이트클럽을 맡은 것에 "최고의 결말"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파고들면서도 경쾌한 톤을 유지하려 했던 작가의 노력에 시청자들이 "좋아요!"를 꾹 눌렀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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