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부유층 자녀를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석방한 멕시코 판사의 직무가 정지됐다고 엘 우니베르살 등 현지언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멕시코 연방 사법위원회는 전날 베라크루스 주 지방법원의 아누아르 곤살레스 에마디 판사의 직무를 정지했다.
사법위는 성명에서 "지방법원 판사로서 곤살레스의 행위와 관련한 조사에 착수했다"면서 "이번 사건은 다른 법원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곤살레스 판사는 지난 22일 "음란한 의도를 가지고 행동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성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된 디에고 크루스에 대한 소송을 기각했다.
크루스가 미성년 여성의 가슴과 국부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지만, 성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의도가 입증되지 않으면 유죄가 아니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같은 판결은 27일 공개됐고,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부유층 자녀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처분이라는 여론이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들끓었다.
사건은 2015년 1월 1일 새벽 멕시코만 연안의 항구도시인 베라크루스 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7세였던 피해 여성은 신년 전야 파티를 마치고 나이트클럽 앞에서 자신의 친구들과 차를 기다리던 중 20대 4명이 갑자기 차를 대고 자신을 강제로 뒷좌석으로 밀어 넣었다고 주장해왔다.
이후 크루스 등 2명의 남성이 차 안에서 가슴과 국부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뒤 가해자 중 한 사람의 집으로 끌려가 다른 1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게 피해 여성의 주장이다. 가해자 3명이 기소돼 재판을 받았지만 1명은 도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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