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에 대해 영국은 아무런 카드도 들지 않은 채 모든 카드가 EU 손에 놓여있는 형국이라고 관측했다.
FT는 30일(현지시간) "브뤼셀이 통제권을 되찾았다"고 평가하면서 "최선을 얻을 것이라는 태평스러운 상상을 해온 테리사 메이 정부가 싸늘한 현실에 직면했다"고 덧붙였다.
협상이 결렬된다면 그 결과는 놀라울 만큼 권위가 추락한 영국이 될 것이라며 "영-EU 관계는 EU에 의해 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FT는 "영국 정부가 반세기 가까이 영국의 경제정책과 외교정책을 형성해온 EU와 관계들을 잘라내고 있다"면서 "영국이 주권이라는 신기루에 힘을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와 안보 자산이 협상 카드로 쓰일 수 있다는 시사는 유럽 관리들뿐만 아니라 영국민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면서 런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선 "비도덕적' '비생산적'이라는 표현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메이 총리가 제시한 '글로벌 영국'은 제국주의 시대 향수를 넘어서 의미 없는 빈껍데기라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EU는 영국이 더 큰 세계와 접촉하는 데 장애물이 아니었고 반대로 영국의 영향력을 배가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가 전날 발동한 리스본조약 50조는 회원국 탈퇴를 억제하고 만일 그런 일이 발생할 경우 탈퇴 조건들은 브뤼셀에서 정해진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메이 총리가 협상 테이블에 요구조건들을 내놓을 수 있지만, 그것들이 고려할 가치가 있는지는 남은 27개국 정상들이 결정하는 것이고 그들은 영국이 새로운 협력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를 계산하는 협상 틀이라는 것이다.
친(親)영국의 한 EU 고위관리는 "EU가 모든 의제에서 모든 카드를 쥐었다"고 표현했다.
FT는 협상 결렬은 영국의 국가적 대혼돈을 예고하는데 지금의 협상 구도에서 영국과 EU 27개국이 받는 충격은 비대칭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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