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철 아내 리영희가 시신 요구했다" 주장…김정남 존재 부인

입력 2017-03-31 09:23   수정 2017-03-31 09:25

北 "김철 아내 리영희가 시신 요구했다" 주장…김정남 존재 부인

말레이, 한때 北에 시신 넘겼다가 빼앗기도…협상 막전 막후

"말레이, 자국민 송환 안되면 北대표단도 억류하려 했다"

(방콕·자카르타=연합뉴스) 김상훈 황철환 특파원 = 김정남 시신이 북측에 인도되면서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갈등이 일단락됐지만 양측은 끝까지 벼랑끝 대치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에 한 차례 인도했다가 다시 빼앗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협상 내내 김정남의 존재를 부인하며 '김철의 아내 리영희'가 시신 인도를 요구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양측은 실무접촉을 거쳐 지난 25일 오전 10시께 쿠알라룸푸르의 한 정부관계 시설에서 공식 협상을 시작했다.

북측 대표단은 외무성 아시아 지역 담당인 최희철 부상이 단장을 맡았고, 지난달 말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일원으로 말레이를 방문했던 리동일 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 등이 동행했다.

약 9시간 가량 진행된 협상은 일몰 직전에야 끝났다.

양측은 북한에 억류된 말레이시아인 9명을 전원 귀국시키는 대신 김정남의 시신을 북측에 인도하고 김정남 암살에 연루된 북한인 용의자 3명의 출국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북측은 끝까지 사망자의 신원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아닌 북한 시민 '김 철'(Kim Chol)이라고 주장하며 시신을 북한내 가족에게 인도할 것을 요구했다.

'김 철'의 부인인 '리영희'(Ri Yong Hui)는 남편의 부검을 허락한 바 없으며, 북한대사관을 통해 시신을 평양으로 돌려받길 요구했다는 것이다.

북측은 지난달 13일 김정남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암살된 직후에도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명의로 같은 내용을 담은 공식 서한을 말레이시아 정부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영희란 인물이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김정남과 관련된 인물 중 '리영희'란 이름을 가진 사람은 파악된 바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사망자가 김정남이란 사실을 시인할 경우 정권 차원에서 그를 살해할 동기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에 이를 극구 부인해 왔다.

장성철 주홍콩 북한총영사 등 해외의 북한 외교관들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망자가 '김 철'이며 심장마비로 숨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의 진짜 이름이 김정남이란 주장을 거짓말로 치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의 안전한 송환이 급선무였던 말레이시아 정부는 형식적으로 필요한 서류만 받아내는 수준에서 '타협'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주요 쟁점에서 합의가 이뤄지면서 김정남의 시신 송환은 급물살을 탔다.

북한인 용의자들을 보호해 온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은 26일 오전 말레이시아 경찰관의 방문조사를 허용했고, 같은날 오후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국립법의학연구소(IPFN)에서 김정남의 시신이 시외곽 장례시설로 옮겨졌다.

양측은 애초 27일 저녁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마지막 순간 이를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추가적인 여러 쟁점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결과라고 전했다.

현지 중문지인 중국보(中國報)는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 등에게 발부된 체포영장을 무효화하는 문제가 최대 쟁점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측은 이에 현광성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김욱일, 리지우 등 3명의 출국허가를 즉각 취소했고, 이미 북측에 인도된 상태였던 김정남의 시신을 확보해 국립법의학연구소로 돌려보냈다.

당시 김정남 시신이 들어있는 관은 이미 중국 베이징행 말레이시아 항공편의 적화(積貨) 목록에 올라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패와 악취로 적재가 거부되는 등 기술적 문제 때문에 인도가 지연됐다는 설은 사실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양측은 당일 밤 심야협상을 벌였고, 30일 '인질'을 교환하기로 재차 합의했다.

중국보는 현광성과 김욱일 등 2명만 출국시키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30일 오후 영안실에서 다시 반출된 김정남의 시신은 비닐시트로 겹겹이 싸인 채 오후 5시께 중국 베이징행 말레이시아 항공 MH360편에 실렸다.

시신이 담긴 관 외부에는 평양 당국의 밀랍 직인이 찍혔으며, 이 비행기에는 현광성과 김욱일도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항공편은 애초 일정보다 1시간 30분 이상 늦은 오후 7시 45분께 이륙했다.

이는 북한 평양에서 말레이시아 공군 소속 글로벌 익스프레스 제트기가 억류돼 있던 말레이시아 외교관과 가족 등 9명을 태우고 이륙한 시간과 맞추기 위한 조치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들 9명의 귀환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최희철 부상 등 북측 대표단 4명 역시 출국을 허용하지 않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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