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불균형 해소 압박에 미국 지방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카드를 준비 중이다.
31일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따르면 내달 6∼7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간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상무부는 캘리포니아, 텍사스, 아이오와 등 미국 주정부와 각종 투자협의를 적극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기간 이들 주정부와의 투자협의액은 25억 달러(2조8천억원)로 지난 한해 미국과 중국 기업간 거래 규모에 육박할 것이라고 상무부는 덧붙였다.
쑨지원(孫繼文)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고사 '국지친재어민상교'(國之親在于民相交·국가간 친교는 민간 교류에 바탕을 둔다)를 인용해 "성(省)·주(洲)간, 도시간 경제협력은 미중 경제무역관계의 중요한 기초"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로 민간의 반한 불매운동을 부추기며 지방정부간 교류도 중단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에 대해선 민간·지방 경협 카드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압박을 벗어나려는 것이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팀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최고 45%의 징벌적 관세 부과 등 대선 당시 대중 공약을 이행할지 여부를 가늠하고 있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백악관 수석전략가인 스티븐 배넌 같은 대중 강경론자와 테리 브랜스테드 주중대사 같은 대중 온건론자 사이에서 입장을 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 연방정부에 레버리지를 가질 수 있는 '와일드카드'로 각 주정부와 경협, 투자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양국 무역전쟁이 벌어지는 것에 대비해 트럼프 행정부에 상향식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무역문제에서 충돌이 생기면 시 주석은 오스틴, 새크라멘토, 올림피아 등 전혀 예상치 못한 미국의 지방도시를 잠재적 동맹으로 삼을 것이라고 신문은 예상했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이 같은 구상은 중국이 워싱턴 밖에서 더 많은 '미국 친구'를 확보할 수 있을뿐더러 미국 고위층이 추진하는 보호무역 조치의 일정과 수위를 낮출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2012년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 오랜 친구인 브랜스테드 주중대사가 주지사로 있던 아이오와주 등과 무역확대 협약을 체결하며 성·주간 관계를 공식화하기 시작했다.
중국 상무부는 현재 캘리포니아, 텍사스, 아이오와, 미시간, 뉴욕, 워싱턴주, 그리고 시카고시와 협약을 체결하고 정기 무역대표단 방문, 사업대상자 선정 중재 등 교류활동을 진행해왔다. 이를 통해 중국은 지난해 22차례의 사절단을 미국에 보냈고 미국도 중국에 14차례의 사절단을 파견했다.
허웨이원(何偉文) 중국과 세계화 센터(CCG) 부주임도 "미중 양국 사이에 지방간 협력이 왕성하게 이뤄지게 되면 어떤 사람도 이 관계를 흔들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지난해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미국 전체의 절반에 이르는 3천47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무역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지만 중국은 미국 33개 주 가운데 상위 3개 주의 최대 수출시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중국은 전년 대비 세배 규모인 456억 달러 어치를 미국에 투자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미국내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있는 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신문은 중국산 제품에 고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텍사스주 석유 및 가스 생산업체나 미시간주 자동차제조업체, 조지아주의 제지공장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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