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 '인종 청소' 주장을 부인하는 미얀마 정부 입장을 대변해온 관영언론이 이례적으로 성폭행 피해 여성의 증언이 있었다는 보도를 해 관심을 끌고 있다.
미얀마 관영 일간 '더 글로벌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는 서부 라카인주(州) 마웅토 취재를 허가받은 내외신 기자들이 석 달 전 군인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3명을 직접 인터뷰했다고 31일 보도했다.
또 신문은 다른 지역에서도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이 일부 배상을 받고 마을을 떠났다면서 당국의 철저한 조사에서 증언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지역 관리의 발언도 전했다.
예 툿 마웅토 지역 행정위원회 의장은 "피해자들이 성폭행 사건에 대해 증언하면 즉각적인 조처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피해자들은 구두 증언 이외에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얀마 관영언론이 미얀마 정부군에 의한 로힝야족 박해 상황을 보도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동안 관영언론들은 미얀마군과 경찰이 로힝야족을 상대로 학살과 성폭행, 방화를 일삼았다는 난민과 인권단체의 주장을 다루지 않고, 이를 반박하는 정부의 입장만 대변해왔다.
이에 따라 로힝야족 '인종 청소' 논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조사를 앞두고 미얀마 정부가 스스로 문제 해결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조치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얀마군은 지난해 10월 라카인주 마웅토의 경찰초소 3곳이 괴한의 습격을 받아 9명의 경찰관이 목숨을 잃은 뒤, 로힝야족 거주 지역을 봉쇄한 채 대대적인 무장세력 토벌 작전에 나섰다.
미얀마 정부는 작전 중 자체 병력과 무장세력 등 8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난민과 인권단체는 미얀마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더 있었으며, 방화, 성폭행, 고문 등이 만연했다고 주장해왔다. 또 이 과정에서 7만5천 명에 이르는 난민이 국경을 넘어 인근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이런 가운데 유엔 인권이사회(UNHRC)는 지난 24일 제네바에서 회의를 열어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로힝야족을 상대로 학살과 성폭행, 고문이 자행됐다는 주장을 확인하기 위한 국제 조사단을 긴급 파견하기로 결의했다.
국제 조사단 파견 결정 이후 미얀마 정부는 내외신 20개 취재팀에게 지난 2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나흘간 마웅토 지역에 대한 취재를 허용했다.
이번 취재단에는 BBC, TV아사히, 미국의 소리(VOA), EPA, 니혼TV, 후지TV 등 외신과 미얀마 지역 언론 등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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