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영남 순회경선 열기…'文 홈그라운드'에 8천여명 몰려(종합)

입력 2017-03-31 21:18   수정 2017-03-31 21:28

민주 영남 순회경선 열기…'文 홈그라운드'에 8천여명 몰려(종합)

문재인, 승리에 '활짝'…안희정·이재명 "수도권서 승부 보자"

文 지지자들, 安·李도 응원…'한 팀' 돼 '돌아와요 부산항에'

응원전 열기 '후끈'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朴 구속' 추이에 촉각

(부산=연합뉴스) 임형섭 박경준 서혜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이 격돌한 31일 영남 순회경선장은 1~2차 순회 경선지인 호남이나 충청 못지않은 뜨거운 열기로 뒤덮였다.

행사장인 부산 사직 실내체육관을 가득 메운 지지자 8천여명의 열성적 응원과 환호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야도(野都) 부산이 부활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참석자 8천여명은 호남 경선 때와 같은 수치다.

체육관에 모인 지지자들은 본선에 가면 한팀이 될 것임을 확인하듯 대선주자들의 이름을 골고루 불러줬고 세 시간 남짓 진행된 투표·개표 시간에는 '부산 갈매기'와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도 연출됐다.

경선 마지막 라운드인 수도권 순회투표를 앞두고 결선투표 시행 여부를 가늠할 이 날 경선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대선주자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안방' 승리로 3연승을 거둔 문재인 전 대표 측과 처음으로 지역 경선에서 2위를 거둔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분위기가 들떴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은 수도권에서 만회해 결선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지만, 누적 득표율이 더 벌어진 데 고민스러운 표정이 읽혔다.


◇ 승리에 활짝 웃은 문재인…안희정·이재명 "기필코 결선"

투표부터 개표결과 발표까지 짧지 않은 시간을 대기실에서 보낸 대선주자들은 예상보다 10분 남짓 개표가 마감되자 서둘러 무대로 올라와 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지도부와 장내로 들어왔다.

세 번째 지역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이 순간의 긴장감이 익숙해졌다는 듯 후보들은 의연하고도 담담한 표정으로 단상에 마련된 자기 자리를 찾아 앉았다.

문 전 대표는 '안방'인 이곳에서 이미 승리를 예감한 양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웃어 보였고 다른 후보들도 손을 들어 각자의 응원단에게 감사를 표했다.

홍재형 선관위원장은 개표장에서 나온 결과를 받아들고 투표소 투표 결과와 ARS 투표 결과, 대의원 투표 결과를 순서대로 부르기 시작했다.

득표수가 나올 때마다 관중석은 들썩였다.

특히 문 전 대표의 ARS 투표 득표수가 12만을 넘어선 것으로 발표된 데 이어 안 지사의 득표수가 그 ⅓ 가량인 3만1천여 표로 발표되자 문 전 대표 측 지지자들 객석에서는 승리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중간중간 홍 위원장이 심한 기침을 하며 발표의 맥이 끊길 때마다 지지자들은 숨죽인 듯 다음에 나올 숫자에 귀를 기울인 탓에 기침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듯했다.

영남 지역 총 득표수가 발표되자 2위를 한 이 시장 측은 기쁨을 나눴고 안 지사 측은 내심 결과가 아쉽다는 듯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승리가 확정된 후 문 전 대표는 다른 후보들과 악수한 뒤 앞으로 나아가 오른손을 번쩍 들어 환호성에 화답했다.

지지자들이 준비한 꽃을 받아든 문 전 대표는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서 "지금까지는 아주 선전했다"며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수도권 선거인단 비중이 워낙 커서 안심할 수 없는 상태"라며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옅은 미소를 머금은 안 지사는 곧장 무대 반대편에 있는 지지자들이 있는 스탠드에 올라가 연설 영향을 받은 듯 쉰 목소리로 "너무 마음 다치지 말라"면서 "끝까지 우리 힘을 내고 가자"는 말로 위로했다.

안 지사는 기자들을 만나 "문 후보가 고향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으신 것을 축하한다"며 "결선에서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써보겠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경선에서 2위로 선전한 이 시장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나름대로 선전했다고 보고 수도권에서 문 전 대표의 과반을 저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수도권에서 2위는 안정적으로 할 텐데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 영남 민심 '삼각 쟁탈전' 팽팽

주자들의 정견연설에서는 영남의 민심을 얻으려는 주자들의 구애가 경쟁적으로 벌어졌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곳이 자신의 '홈 그라운드'라는 점을 앞세워 "여야 모든 주자 가운데 제가 영남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며 "호남과 충청이 이미 문재인을 선택했는데 이제 영남에서도 밀어주실만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영남에서 민주당 출마자가 되는 것은 바보가 되는 길이다. 그 길을 20여년 동안 걸어온 부산지역 동지 여러분 존경하고 사랑한다"며 "많은 동지가 노무현 정신의 후예로서 도전하고 도전한 끝에 오늘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주황색 손수건을 팔목에 두르고서 단상에 선 이재명 성남시장은 "어제의 죄악을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죄악에 용기를 주는 것"이라는 알베르 카뮈의 말을 인용하며 선명한 진보노선을 강조했다.


◇ 대형 플래카드·풍선·바람개비…톡톡 튀는 장외 응원전

지지자들은 이날도 주자들이 입장할 때마다 목청껏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는 등 지치지 않는 열성적 응원을 이어갔다.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은 파란색으로 옷을 맞춰 입은 것은 물론, 파란색 풍선과 바람개비를 흔들며 응원전을 벌였다. '문(文)을 밀고 나가면 새봄이 온다'고 적힌 플래카드도 걸렸다.

노란색으로 옷을 맞춰 입은 안 지사 측 지지자들은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결국은 안희정입니다' 라고 적힌 노란색 대형 천을 지지자들 수십 명이 흔드는 모습을 연출했다.

주황색 옷과 모자를 입은 이 시장 측 지지자들도 이에 질세라 주황색 풍선은 물론 '가자 손가락 혁명군'이라고 적힌 대형 천을 흔들며 세를 과시했다.

지지자들은 최근 경선 과열 조짐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상대 주자들에게 격려 박수를 보내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은 안 지사와 이 시장에게도 큰 소리로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는 경선이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에서 선두 주자로서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힘을 모아 본선에 대비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나 이 시장의 지지자들도 상대 주자를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 '朴 구속' 민심 흐름에 촉각 = 행사장에서는 이날 오전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추미애 대표가 인사말에서 "오늘 역사적으로 기록될 두 사건이 있었다.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가 마지막 항해를 떠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마침내 수감됐다"고 말하자 행사장에서는 박수와 환호성도 터져 나왔다.

주자들이나 각 캠프에서도 법원의 구속 결정이 이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신중하게 추이를 살피는 모습을 보였다.

문 전 대표는 연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을 보면서 영남은 허탈하다. 영남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 영남의 27년 무한지지의 끝은 경제파탄이었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박 전 대통령이 마침내 구속됐다. 역사는 정의의 바다로 향하고 있다"며 "위대한 국민 여러분의 승리의 역사"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박근혜가 제대로 처벌받는 게 적폐청산 공정국가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사면' 문제에 대한 반응은 갈렸다.

문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얘기도 일부에서 나온다'는 질문을 받고는 웃음만 짓고서 답을 하지 않았다.

안 지사는 사면과 관련해서는 "지금은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말해야 할 때다. 지금은 그것(사면)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 시장은 "저는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말자고 수없이 얘기하고 제안했는데 (다른 주자들은) 답이 없지 않나"라며 "정권교체 돼도 세상이 안 바뀔까 걱정"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hysu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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