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들 실제 실력 담았다'…경기국악단 관현악법 제작 '눈길'

입력 2017-04-02 07:35  

'단원들 실제 실력 담았다'…경기국악단 관현악법 제작 '눈길'

조성변화·음역 확대 공들인 '치세지음' 프로젝트 성과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경기국악단이 단원들의 실제 '연주 실력'을 담은 국악 오케스트레이션(관현악법) 제작에 나섰다.

경기도립국악단은 단원들이 낼 수 있는 음역과 연주 가능한 연주법 등을 소개한 '경기도립국악단 관현악 구성'을 제작 중이라고 2일 밝혔다.

국악기는 피아노 등 양악기와 비교해 음높이가 하나로 고정돼 조성변화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관현악법 제작은 "우리 국악단은 (기존 국악기 한계를 벗어나) 이만큼 연주가 가능하다"는 사실상 경기국악단의 홍보 작업이다.





내용을 보면 연주법은 스타카토, 온음과 반음, 도약진행 등으로 나뉜다.

단원들이 각 방법을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으면 별 세 개, 어렵다면 별 하나를 표시하는 방법으로 단원들의 실력을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실력에 따라 별 개수가 정해지는 만큼 연주 능력이 향상되면 관현악법도 자연스럽게 업데이트된다고 경기국악단은 전했다.

물론 시중에서 국악기의 특징과 음역을 소개하는 '관현악법'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단원들의 현 능력을 반영해 국악단 단위에서 관현악법을 제작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국악단은 완성된 관현악법을 각국 언어로 번역한 뒤 세계 유명 작곡가들에게 전달해 국악 곡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관현악법 제작은 경기도립국악단이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치세지음'(治世之音·음악으로 세상을 다스린다) 프로젝트 성과로 볼 수 있다.




최상화 경기국악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지난해 초 직접 제작한 1천 페이지 분량의 국악 오선 악보 교본을 단원들에 배포했다.

구전(口傳)으로 전수되는 게 일반적인 연주법을 벗어나 국악기 악보 교본을 처음으로 제작, 당시로써 파격적인 시도였다.

최 단장은 팝송이든 서양 가곡이든 국악기는 모든 곡을 연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가 만든 교본을 보면 샵(#·올림표)이 7개가 붙었다가 플랫(♭·내림표)이 6개가 붙는 등 조성변화가 다양하다.

갑작스러운 조성변화에 단원들이 당황한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다양한 조를 넘나들며 연주하는 게 쉽지 않아서 연습량은 전보다 배가 늘었다.

연습 과정은 힘들었지만, 성과는 놀라웠다.

경기국악단은 지난해 10월 독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지휘자 페렌츠 가보 협연에서 노르웨이 음악가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을 연주하며, 향상된 음조밀도를 보여줬다.

그해 말 '실력 평가' 테스트에서도 단원들의 연주는 외부 심사위원들에게 큰 인상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아 거문고 부수석은 "아직 연습이 더 필요하지만, 다양한 조성을 연주하는 능력은 이전보다 확실히 늘었다"라면서 "치세지음 프로젝트는 조성에 자유롭지 않은 다른 국악관현악단에 체계적인 조성 연습법을 알려주는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조성에 집중한 경기국악단은 올해는 '악기 개량'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악기를 어떻게 개량하느냐에 따라 음역과 음색, 음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문화의전당 정재훈 사장이 경기국악단 측에 악기 개량에 대한 금전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악단의 프로젝트는 더욱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상화 단장은 "관현악단인 경기도립국악단이 해야 할 일은 도민들의 다양한 음악적 욕구를 맞추는 것"이라며 "관습을 탈피하려는 경기국악단의 다양한 시도는 결국 한국의 소리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1996년 8월 창단된 경기도립국악단은 국악관현악을 기본으로 경기민요, 판소리 등 성악과 사물놀이팀 등 단원 80명으로 구성됐다.

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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