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해병대 상징 팔각모 착용 추진…"작전 일체성이 중요"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팔각모와 빨간 명찰은 해병대를 상징한다. 해병대 출신 예비역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노래도 '팔각모 사나이'(작사 홍승용, 작곡 김강섭)란 군가이다.
"팔각모 얼룩무늬 바다의 사나이/검푸른 파도 타고 우리는 간다/내 조국 이 땅을 함께 지키며/불바다 헤쳐간다. 우리는 해병/팔각모~팔각모~팔각모~사나이~/우리는 멋쟁이 팔각모 사나이"
팔각모를 눌러쓴 씩씩하고 강인한 해병의 모습을 가장 잘 묘사해주는 군가로 꼽힌다. 팔각모에 대한 해병대의 자부심도 강하게 묻어 있다.
해병대 사령부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면 팔각모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해병대가 팔각모를 만들어 쓰게 된 역사적 의미도 잘 서술하고 있다.
해병대는 "팔각모는 신라 시대 전 신라인의 정신이기도 하였던 화랑도 정신인 오계(五戒)와 세 가지 금기(禁忌)를 포함하며 팔계(八戒)의 뜻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병대가 신라의 화랑 정신을 이어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팔각모는 지구 상 어디든지 가서 싸우면 승리하는 해병대임을 상징한다"면서 '팔각(八角)'을 이렇게 풀어놓았다.
즉 국가에 충성하라(事君以忠), 뜻 없이 죽이지 말라(殺生有擇), 벗에게 믿음으로 대하라(交友以信), 욕심을 버려라(禁慾), 부모에게 효도하라(事親以孝), 유흥을 삼가라(愼遊興), 전투에 후퇴하지 말라(臨戰無退), 허식을 삼가라(愼虛飾)라는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해병대가 이처럼 의미를 부여하며 상징으로 여기는 팔각모를 해군도 쓰겠다는 의향을 표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해군은 해병대와 일체감을 느끼자는 취지로 팔각모를 착용하겠다고 국방부에 건의했다. 현행 원형 전투모를 해난구조대(SSU)와 특수전전단(UDT)이 쓰는 팔각형 형태의 전투모로 바꾸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해병대 예비역들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한 국방부는 해군의 건의를 토대로 지난달 27일 '군인복제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해병대 출신 예비역단체와 예비역들은 즉각 반발했다. 팔각모와 빨간 명찰은 해병대 고유의 상징인데 해군이 왜 해병대 모자를 쓰겠다는 것이냐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
팔각모가 해병대에겐 상징이자 자존심으로 각인되어 있는데 해군이 마치 '역린을 건드린 격'이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해군은 일단 한발 물러섰다.
해군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전투모 복제 개정 방안에 관한 입장자료에서 "4월 6일 입법예고 종료 전까지 해군·해병대 장병 및 예비역 단체 등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반대 의견이 많을 경우 입법 예고된 팔각형 전투모 형태로 추진하는 것은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견 수렴 과정에서 반대 의견이 많을 경우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해병대 전우회 측도 과격한 언행과 행동을 자제하고 해군본부와 해병대사령부, 국방부 간의 협의 과정을 지켜보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군복이나 모자 같은 외형의 일체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북한의 위협을 헤쳐나가기 위한 '작전에서의 일체성' 발휘가 더 중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뜬금없는 모자 논란을 보면서 680만 명이 본 영화 '곡성'의 대사 "뭣이 중헌디?"란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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