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유승민에 '백기투항' 요구…안철수와는 선긋기

입력 2017-03-31 18:02  

홍준표, 유승민에 '백기투항' 요구…안철수와는 선긋기

"당대당 단일화는 여론조사 아닌 정치협상"…전략적 포석 관측

"친박은 없어졌고, '뺄셈 정치'는 안돼…5월9일까지 내가 대장"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31일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 꺼내 든 두 개의 전략적 키워드는 '유승민의 백기투항'과 '안철수와의 거리두기'다.

홍 후보는 31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후보 지명을 수락하며 "탄핵의 원인이 됐던 바른정당 사람들, 이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날 구속되면서 '탄핵 정국'이 막을 내린 만큼, 바른정당이 한국당에서 갈라져 나갔던 명분도 함께 사라졌다는 것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친박(친박근혜)계 청산과 '개혁적 보수' 가치에 대한 동의 등을 단일화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홍 후보는 "돌아오는 데도 조건을 내거는 건 옳지 않다"고 일축했다.

현재까지의 지지율에서 뒤처지는 유 후보에게 '무조건 항복'을 요구한 셈이다. 그는 "우리당에 이제 친박은 없다. 계파도 없다"고 단언했다. 있지도 않은 친박을 어떻게 청산하느냐는 논리다. 유 후보의 조건을 순순히 들어줄 생각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박 전 대통령 혼자 탄핵당한 게 아니라, 국정농단을 했던 극히 일부의 친박들도 함께 정치적으로 탄핵당했다"며 "어떻게 옷을 벗기겠느냐. 또 당헌·당규에 어긋나게 나가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바른정당과의 단일화나 합당에 비판적인 당내 일각의 여론에 대해서도 홍 후보는 "(대선일인) 5월 9일까지는 내가 대장"이라고 못 박았다.

홍 후보는 그러면서 바른정당을 향해 "문을 열어놓고 돌아오도록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으로의 '역탈당' 심리를 자극한 의도로도 읽힐 수 있다.

그는 대선 전 바른정당과의 재합당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유 후보와의 단일화로 물꼬를 트고, 대선 이후 합당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홍 후보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합친 보수 우파 후보(홍 후보), '얼치기 좌파'로 깎아내린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그리고 '좌파'로 규정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4자 구도를 그렸다.

이 같은 '4자 구도론'은 유 후보가 완주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과 함께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 후보로 선출돼도 당장 단일화를 시도하지 않겠다는 전제가 깔렸다.

홍 후보는 수락연설 직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당과의 연대는 어렵겠다"며 "우리 당에서 그걸 용서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한국당은 '큰 집', 국민의당은 '야당(민주당)에서 일부 떨어져 나온 작은 집'이라고 비유했다. 안 전 대표를 '얼치기'로 표현한 데 이어 국민의당 자존심을 건드린 발언이다.

표면상 당내 강경 보수 세력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국민의당과의 단일화를 완전히 배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단일화 협상을 앞두고 '강수'를 뒀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 후보는 당 대 당의 후보 단일화가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처럼 여론조사로는 안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보다는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 연대'처럼 정치협상으로 풀 문제라는 게 홍 후보의 견해다.

그는 "후보 단일화는 정치협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나중에 기회가 오면 내가 한 번 보겠다. 그러나 현재로선 대선은 4당 체제로 가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처럼 당내 강경 보수층, 유 후보, 안 전 대표 등에게 각각의 포석을 둔 것은 궁극적 목표인 대선 승리를 위해선 민주당을 제외한 '덧셈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 바탕을 뒀다.

그는 "선거판은 지겟작대기라도 필요한 판이다. 대통합으로 나가야지, 누굴 빼고 누굴 넣는 '뺄셈 정치'를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zhe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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