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측 "정부 과도체제 논의 거부…공허한 테러 대응만 되풀이"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이달 24일부터 유엔 중재로 재개된 시리아 평화회담이 또다시 별다른 진척 없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미국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축출에 관심이 없다며 사실상 그의 지위를 인정하는 듯한 '그린라이트'를 보낸 뒤 협상에 나섰던 반군 측은 정부가 과도체제 구성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정부 대표단인 고위협상위원회(HNC)의 나스르 알-하리리는 31일 스테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특사를 면담한 뒤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시리아 정부가 과도체제 구성 논의를 거부한 채 공허한 대테러 대응 논의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 정부를 '테러리스트 정권'이라고 비난하면서 '전쟁 범죄자'인 아사드 대통령이 즉각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전날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축출이 미국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고 말해 시리아 외교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암시했다.
미국은 6년 넘게 계속된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을 지원해왔다.
헤일리 대사는 "전 행정부가 했던 대로 아사드 문제에 반드시 집중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헤일리 대사의 발언이 전해진 뒤 제네바에서 협상에 나섰던 반군 측은 미국이 시리아 문제에 모순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아사드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나 평화협상에 나선 정부 대표단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의 입장 변화가 감지되면서 협상은 점점 추진력을 잃고 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협상에 참여한 반군 관계자들을 인용해 다음 회담이 5월 초 중순께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리아 상황이 매일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데다 미국의 미묘한 입장 변화가 맞물리면서 협상 테이블이 어떻게 차려질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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