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도 본선모드 돌입…의원들 총출동 '당력 집결'
安風 기대감 '절정'…무지개 뜨자 "상서로운 징조" 환호
(수원=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국민의당 대선주자들이 1일 경기지역으로 링을 옮겨 5라운드 경선전을 벌였으나 예상대로 안철수 전 대표의 KO 승리로 '싱겁게' 끝났다.
안 전 대표는 무려 77%가 넘는 득표율을 찍으며, 파죽의 5연승을 거두고 사실상 대선후보를 예약했다.
반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텃밭' 경기도에서 무참하게 패배하면서 추격의 동력을 잃게 됐다.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이날부터 유독 대선 전 대연정·연대론을 강조, 이미 마음은 링 위를 떠났음을 내비쳤다.
경선 일정이 오는 4일 대선후보 선출일을 향한 종반전으로 치닫는 가운데 세 후보의 결의는 첫 격전지였던 호남경선 때 못지 않았다.
강행군에 체력이 축 날 법도 했지만 비장함은 여전했다. 다만 각자 응시하는 목표 지점은 이번 경기 경선으로 확연히 갈렸다.
안 전 대표 측은 이날 경선 승리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더는 경선 승리에 도취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 복식호흡·톤 다운 '목소리'…안철수가 변했다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존경하는 경기도민 여러분. 국민의당 기호 1번 안철수입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경기지역 순회경선장 정견연설에서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어색했던 중저음은 제소리를 찾은 데 이어 확신에 찬 눈빛과 어울려 호소력 있는 울림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비교적 얇은 목소리를 지닌 안 전 대표는 광주·전남·제주 지역에서 치러진 1차 경선 때부터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발성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복식 호흡으로 끌어올린 듯한 목소리는 톤을 두어 단계 내린 채 굵고 강하게 흘러나왔다.
대중을 상대로 연설할 때 평소 자신의 목소리가 전달력이 부족하다는 일부 지적에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MBC 100분 토론'에서 목소리가 달라졌다는 사회자 질문에 "주변 참모진의 과외나 도움을 받은 게 아닙니다"라며 "혼자 연습한 결과"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연설을 지켜보던 안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목소리 톤이나 발성법이 바뀌면서 안 전 대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예전보다 일반 국민께 더 잘 전달되는 것 같다"고 했다.
◇ '안방' 찾은 손학규, 장외선 '압승'…투표시간 놓고 安과 신경전도
손 전 대표는 이날 장외 응원전에서만큼은 '승자'였다.
지지자 모임인 '손사모' 회원들 수십 명은 손 전 대표가 행사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세를 과시하며 분위기를 압도했다.
안 전 대표 지지자들이 안 전 대표를 에워싸고 연신 연호를 외칠 때도 "손학규! 손학규!"를 부르짖으며 맞불을 놨다.
당 안팎에서는 손 전 대표가 타 후보보다 경기지역 조직력이 탄탄한 만큼 이날 경기경선 만큼은 '선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경기도에서만 4번의 국회의원을, 2002년~2006년에는 경기도지사를 지낸 경력 때문이었다. 손 전 대표 역시 정견연설을 "고향 경기도에 다시 서니 감회가 새롭다"는 말로 시작했다.
그러나 득표율은 고작 20%에 그쳤고 손 전 대표 측은 "한결 같은 마음으로 남은 두 번의 경선에 임하겠다"며 애써 실망감을 감췄다.
앞선 경선에서 안 전 대표의 자강론을 줄곧 강하게 비판하던 손 전 대표는 이날 만큼은 공세 수위를 낮추는 모습도 보였다.
손 전 대표는 "여태 (안 전 대표 비판을) 많이 했으니까 오늘은 다른 얘기를 한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손 전 대표 측은 이날 투표시간 마감을 놓고 안 전 대표 측과 한때 신경전을 벌였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안 전 대표 측은 경선 투표자를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지난 3, 4차 경선 때처럼 투표시간을 오후 7시까지 하자고 했지만, 손 전 대표 측은 오후 6시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당 지도부가 손 전 대표 측 손을 들어주면서 경기지역 31곳에 차려진 투표장은 오후 6시에 문을 닫았다.
박 부의장은 앞선 경선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가장 먼저 연설회장에 도착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경선 판세가 이미 기울었다는 점을 의식한 탓인지 그동안 내세우던 '호남 대통령' 대신 대연정론을 부쩍 강조했다.
박 부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연대는)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당 대표가 나서서 하고 후보가 결정되면 후보도 참여해서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의원들 총출동 '당력 결집'…무지개 두고 "상서로운 징조"
5번째 경선장은 앞선 경선들과는 달리 당 의원들이 총출동해 눈길을 끌었다.
주승용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경진, 김광수, 김성식, 손금주, 이찬열, 정동영, 천정배 의원 등 10여 명의 의원들은 일찌감치 무대 앞에 앉아 당 대선주자들을 맞았다.
안 전 대표의 경선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당 역시 본선을 앞두고 '당력 집결'에 나선 듯한 모양새였다.
정동영 의원은 기자와 만나 "호남에서 불기 시작한 국민의당 바람이 수도권으로 몰아칠 것"이라며 "우리 의원들도 돕와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경환 의원 옆에는 이장호 영화감독(서울영상위원회 위원장)도 자리했다. 박지원 대표는 행사 전 이 감독을 찾아와 포옹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연예계에서 활동해서 (이 감독을) 좀 안다"며 농담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의 부인 김미경 교수도 이날 경선장에 함께했다. 안 전 대표 도착 전부터 경선장을 찾은 김 교수는 지지자들은 물론 당직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건넸다.
수원 시내에 오후 한때 여우비가 내린 가운데 먹구름을 뚫고 무지개가 솟아오르자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상서로운 징조 아니냐"는 수군거림이 일기도 했다.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최근 급상승하면서 본선에 대한 기대감이 부쩍 커진 당내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된 장면이었다.
장병완 선관위원장은 기자석 앞에서 스마트폰에 찍힌 무지개 사진을 보여주며 "무지개가 떴다. 이는 갓돌을 넘긴 국민의당이 기성정당에게 모범정당이 될 것을 계시한 것"이라며 웃었다.
이에 박 대표는 "노래 하나가 생각 난다"며 마이크를 들고 무지개란 노랫말이 들어간 옛 가요를 즉흥적으로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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