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시대엔 만우절 장난도 조심…웃음 포기한 유럽 신문

입력 2017-04-01 20:19  

'가짜뉴스' 시대엔 만우절 장난도 조심…웃음 포기한 유럽 신문

英 일간지는 꿋꿋이 "스코틀랜드서 '빙하 타고 내려온' 북극곰 발견"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가짜뉴스가 문제가 되면서 일부 유럽 언론들이 올해는 만우절용 가짜 기사를 송고하지 않기로 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신문들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만우절 장난으로 독자를 속이는 가짜 기사를 쓰는 전통을 올해는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스웨덴 일간지 스몰란스포스텐의 망누스 칼손 편집국장은 "우리는 4월 1일에도 진짜 뉴스를 쓸 것"이라며 "우리 신문 이름이 잘못된 이야기와 함께 퍼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간지 바스테르보텐스-쿠리렌의 잉바르 나슬룬드 편집국장도 "전통적으로 우리는 성공적인 만우절 장난을 쳐왔다"면서도 "하지만 가짜뉴스와 관련해 언론의 신뢰성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면서 올해는 이를 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지역 일간지 달라르나스 티드닝아르, 할프레센 등이 만우절 장난을 벌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가짜뉴스 문제는 지난해 미국 대선 시절부터 불거졌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CNN 방송 기자를 향해 "당신들은 가짜뉴스야"라고 소리치면서 공론화됐다.

스웨덴에서는 특히 지난 2월 미국 폭스뉴스에 닐스 빌트라는 인물이 '스웨덴 국가 안보보좌관'이라며 출연해 이민자와 범죄·사회 문제의 연관성에 대해 발언하면서 가짜뉴스 논란이 커졌다.

스웨덴 국방 외무부는 안보보좌관 가운데 닐스 빌트라는 인물은 없다고 밝혔고, 이 인물은 스웨덴 안보와는 아무 연관이 없을뿐더러 미국에서 범죄 경력이 있는 전과자로 확인됐다.

노르웨이에서도 공영방송인 NRK와 신문사인 아프텐포스텐, VG, 다그블라데트 등이 만우절용 기사를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지역 일간지인 베리엔스 티덴데는 NRK에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는데 만우절에 장난을 치는 것은 실수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래프가 소개한 스코틀랜드에 출몰한 북극곰 영상[유튜브][https://youtu.be/OvEFjfid__4]

하지만 여전히 만우절을 맞아 재기 넘치는 가짜뉴스를 보도한 언론도 있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장장 3천400자짜리 기사로 스코틀랜드에서 북극곰이 발견됐다는 기사를 썼다.

이 신문은 스코틀랜드 북서쪽 아우터 헤브리디스에서 야생 북극곰이 발견됐으며,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유빙을 타고 영국까지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세계자연기금(WWF) 전문가의 해설에 영상과 그래픽까지 동원하며 그럴듯한 기사를 썼지만, 이 기사는 만우절 장난용 가짜 기사다.

기자의 이름이 롤로 피아프(Rollo Piaf)인데 이는 만우절(April Fool)의 애너그램(anagram·단어를 구성하는 철자 순서를 바꿔 재조합한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것)이다.

또 북극곰에 붙였다는 노르웨이식 이름 '릴파 루프'(Lirpa Loof)도 만우절을 거꾸로 쓴 것이다.

WWF 측은 스코틀랜드 북극곰 기사는 만우절 장난이라면서도 기후변화가 북극곰이 미치는 영향은 진짜라면서 북극곰 돕기에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했다.

he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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