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감각 유지 위해 시범경기 불펜 등판 취소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왼손 투수 류현진(30)이 시뮬레이션 투구로 시범경기 등판을 완료하고 정규리그 첫 선발 등판 채비를 마쳤다.
류현진은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와의 마지막 시범경기에서 구원 투수로 등판해 컨디션을 조율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등판을 취소하고 이날 경기 전 타자를 세워 놓고 실전처럼 던지는 시뮬레이션 투구로 계획된 훈련 일정을 소화했다.
지역 일간지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는 류현진과 특급 유망주인 우완 야디에르 알바레스가 각각 시뮬레이션 투구에서 3이닝씩 던졌다고 소개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이 이날 에인절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 브랜던 매카시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3이닝 정도 던질 예정이었으나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대체하는 것을 택했다"고 했다.
실전 등판 대신 시뮬레이션 게임 등판은 다목적 포석에 따른 결과로 추정된다.
선발투수인 류현진이 이날 괜히 불펜으로 등판했다가 컨디션 유지에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아무리 시범경기라지만 구원 등판하려면 불펜에서 어깨를 예열해야 한다. 그간 선발투수로 지켜오던 훈련 방식과 어긋날 수 있기에 류현진이 시뮬레이션 게임을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왼쪽 어깨, 지난해 왼쪽 팔꿈치를 잇달아 수술하고 오랜 기간 재활을 거친 류현진이 8일 콜로라도 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자신과 팀에 아주 중요한 정규리그 첫 등판을 앞둔 만큼 류현진의 뜻에 따라 투구 일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로버츠 감독이나 다저스 구단이 잘 안다.
건강한 류현진의 선발 로테이션 복귀가 올해 다저스 스프링캠프의 최대이자 유일한 성과이며 류현진이 다저스 구단의 큰 변수라는 평가가 이어진 탓에 그의 구위를 별 의미도 없는 경기에 선보일 이유가 없다는 구단의 판단도 시뮬레이션 경기로 선회한 배경으로 꼽힌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선발 로테이션에 가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그를 4∼5선발 경쟁에서 승자로 지목하고 로테이션 합류를 결정했다.
정규리그 선발 순서는 5선발로 밀렸지만, 4선발로 최종 낙점받은 매카시보다도 선발 합류 발표 시기가 빨랐다.
앞으로 콜로라도, 시카고 컵스 등 류현진이 난적들과의 경기에 등판하는 만큼 경쟁팀이 전력 분석할 틈을 주지 않도록 류현진을 베일에 가리겠다는 전략적인 목적도 보인다.
또 류현진이 혹시라도 이날 에인절스 타선에 난타당해 시범경기에서 쌓은 자신감을 잃기라도 한다면 다저스의 시즌 초반 선발 로테이션 구상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3년 만에 빅리그에서 선발로 시즌을 맞이하는 류현진은 시범경기에서 4차례 등판해 14이닝 동안 4점을 줘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했다. 삼진 12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1개만 허용했다.
최근 등판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에선 투구 이닝과 투구 수를 각각 5이닝, 77개로 늘렸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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