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성사에 '미국통' 양제츠 역할 컸다"

입력 2017-04-02 14:56  

"미·중 정상회담 성사에 '미국통' 양제츠 역할 컸다"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이달 초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첫 정상회담이 성사된 데는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66) 중국 국무위원의 끈질긴 노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 국무위원은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 지지자였으며 최근 몇 주간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대부분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그는 작년 12월 9일께 중국 관리 중 처음으로 마이클 플린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 대통령의 자문들과 만났을 때 실패를 맛볼 뻔했다.

당시 그의 방미는 양국 관계 개선이 목적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직후 거의 40년간 이어진 외교 관례를 무시한 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한 지 1주일 만이어서 시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외교부가 양 국무위원이 미국을 방문한 지 사흘이 지날 때까지 방미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 방문이 순조롭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2월 1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수십 년간 지킨 '하나의 중국' 정책을 준수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환율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을 공격했을 때는 양 국무위원의 방미가 큰 외교적 실패가 될 뻔했다.

중국 당국은 최고위급 외교관이 트럼프 팀으로부터 대만과 관련한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 점에 매우 당혹스러워했다.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문 제기에 화가 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에 대한 지지 입장을 재차 확인하기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기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양 국무위원이 2월 초 플린 전 보좌관과 전화 통화한 뒤에야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문제에 대해 타협할 준비가 됐다고 인정했다.

중국 외교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월 10일 시 주석과 전화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확인하자 정상회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양 국무위원은 같은 달 27일 트럼프 대통령과 잠깐 만난 자리에서 정상회담 기초작업을 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산하 중국연구소의 스티브 창 소장은 "시 주석 측 인사들은 분명히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계산했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시 주석에게 4월 회담을 위해 노력하도록 권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국무위원은 2013년 승진 전까지 6년 간 외교부장(외무장관)을 역임했으며 2001∼2005년 미국주재 중국 대사를 맡아 중국 내 미국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는 올해 가을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에서 퇴임을 앞둔 양 국무위원이 새로운 진로를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명보는 양 국무위원이 19차 당대회에서 유임되면 당 중앙정치국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부총리로 승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난 1월 보도했다.




harri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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