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구종 장착보다 기존 구종 볼 끝 살리기 주력"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송은범(33·한화 이글스)의 날카로운 슬라이더에 두산 베어스 타자들이 연거푸 범타로 물러났다.
우타자는 물론 좌타자들도 송은범의 슬라이더에 고전했다.
"기존 구종의 공 끝을 살리겠다"고 마음먹은 송은범의 스프링캠프 전략이 첫 경기부터 빛을 발했다.
송은범은 2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을 3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1회말 선두타자 민병헌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송은범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재원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닉 에반스를 유격수 앞 병살타로 유도해 공 10개로 1이닝을 끝냈다.
2회에도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양의지를 유격수 앞 병살타로 처리하며 주자를 누상에서 내몰았다.
지난해 그를 징크스처럼 괴롭혔던 '4,5회 피안타율이 급상승하는 약점'도 극복했다.
송은범은 2016년 1∼3회 피안타율이 0.275로 준수했지만 4회 0.418, 5회 0.442로 치솟았다.
순조롭게 출발하고도 퀵 후크(3실점 이하인 선발 투수를 6회 전에 교체하는 것)를 자주 당한 이유였다.
하지만 이날 송은범은 달랐다. 4회를 삼자범퇴로 막더니, 5회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고도 후속타자 3명을 모두 범타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넘겼다.
송은범은 6회 2사 만루 위기에게 김재환을 1루 땅볼로 처리하며 무실점 이닝을 늘렸고, 7회 첫 타자 양의지까지 잡아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송은범을 향해 한화 팬들은 큰 함성을 보냈다.
송은범은 지난해 9번째 등판이던 5월 20일 kt wiz전에서야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올해는 첫 번째 등판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한화가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겨 팀이 동점을 허용하지 않고 승리하면 첫 승도 챙긴다.
첫 경기에서 자신감을 찾은 건, 더 큰 수확이다.
송은범은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윤석민(KIA 타이거즈)과 함께 KBO리그 최정상급 우완으로 꼽혔다.
하지만 2013년 KIA로 트레이든된 후에는 길고 깊은 부진의 늪에 빠졌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의 부진에 여러 의견이 오갔다.
송은범은 "좌타자 바깥쪽으로 흐르는 공이 있어야 한다"고 자체 분석하며 체인지업 연마에 힘썼다. 2015년부터 체인지업을 새로운 구종으로 추가했으나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송은범은 생각을 바꿨다. 그는 "기존 공에 힘을 실으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며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오는 투구 동작을 익혔다. 이 과정에서 "슬라이더 각도가 예리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좌타자를 상대하는 우투수는 슬라이더를 던지는 걸 두려워한다.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흐르는 궤적이 장타 허용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어설픈 체인지업'보다는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좌타자를 상대로도 더 경쟁력이 있다.
송은범은 이날 자신 있게 좌타자에게도 슬라이더를 자주 던졌다. 체인지업은 '미끼'로 활용했다.
힘 있는 슬라이더에 두산 좌타자들도 힘겨워했다. 송은범이 리그 최정상급 우완으로 군림하던 때의 모습이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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