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거쳐 伊·墺 방문…4일엔 프란치스코 교황 면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영국 왕실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주변국과 자칫 소원해질 수 있는 관계를 챙기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영국 찰스 왕세자는 2일 작년 8월 강진의 직격탄을 맞은 이탈리아 중부 산간 마을 아마트리체를 방문해 희생자들을 기리고, 피해자를 위로하는 한편 재건 작업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찰스 왕세자는 이날 안전모를 쓴 채 이탈리아 시민보호청 청장의 안내를 받아 강진으로 폐허가 된 아마트리체의 구 시가지를 둘러본 뒤 세르지오 피로치 아마트리체 시장에게 "영국 국민은 여기서 당신들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무척 마음 아파하고 있다"는 위로의 말을 건냈다.
이탈리아 정부의 더딘 지진 복구를 비판해온 피로치 아마트리체 시장은 "재건 작업이 완료된 이후에만 접근 금지 구역에 들어가겠다"고 고집하며 찰스 왕세자가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구 시가지를 방문하는 일정에는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파스타 소스인 아마트리치아나로 유명한 이곳은 작년 8월 24일 일어난 규모 6.0의 지진으로 230여 명이 사망하고, 중세 시계탑 등 귀중한 문화유산이 파괴됐으며, 수 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찰스 왕세자가 아마트리체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카밀라 왕세자비는 토스카나 주 피렌체에서 가정폭력과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만나 대화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비영리 기구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다.
찰스 왕세자 부부는 루마니아를 거쳐 지난달 31일 이탈리아 피렌체를 시작으로 엿새에 걸친 이탈리아 방문 일정을 개시했다.
찰스 왕세자는 지난 1일에는 이탈리아 북부 빈첸차를 방문, 1차 대전에서 희생된 영국군을 추모했고, 오는 4일에는 카밀라 왕세자비를 대동해 바티칸을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을 면담할 예정이다. 찰스 왕세자 부부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왕세자 부부는 오는 5일에는 오스트리아로 이동, 유럽 순방을 마무리한다.
찰스 왕세자 부부가 유럽연합(EU) 회원국 3개국을 잇따라 방문하는 것은 영국 정부가 지난주 EU 탈퇴 방침을 담은 공식 서한을 EU에 전달함으로써 브렉시트 절차가 공식 개시된 가운데 브렉시트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EU 회원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시 왕위를 계승하는 찰스 왕세자 부부에 앞서 찰스 왕세자의 아들인 윌리엄 왕세손 부부도 지난달 17∼18일 파리를 방문해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면담하고, 주프랑스 영국 대사관에서 양국 인사들을 초청해 만찬을 하는 등 브렉시트 국면에서 프랑스와의 관계 증진을 위해 힘을 보탰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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