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청년당원 경찰 고무탄 맞아 숨져…경찰청장 외에 4명도 파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파라과이에서 대통령 연임을 허용한 개헌안의 상원 통과에 항의하는 소요사태 도중 야권 인사가 숨진 데 대한 책임을 물어 고위 공직자들이 무더기로 경질됐다.
2일(현지시간) ABC 콜로르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오라시오 카르테스 파라과이 대통령은 전날 시위 도중 야권 인사가 숨진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타데오 로하스 내무장관과 크리스풀로 소텔로 경찰청장 외에 4명의 공직자를 해임했다.
파라과이 제2 정당인 정통급진자유당의 청년단체 지부장인 로드리고 퀸타나(25)는 전날 새벽 자유당 중앙당사에 진입한 경찰의 고무총탄을 맞고 숨졌다.
사법당국은 사인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카르테스 대통령은 페이스북에서 "퀸타나의 죽음은 부당한 일이며 재앙"이라면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응당한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카르테스 대통령 연임을 허용하는 개헌안의 상원 통과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의회 건물에 난입해 유리창을 깨고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하게 항의했다.
의회 상황은 자정께 진정됐으나 아순시온을 비롯한 곳곳에서 시위와 폭동이 밤새 이어졌다.
이번 혼란은 상원이 대통령의 연임을 가능하게 하는 개헌안을 집권여당 홍색당을 중심으로 본회의장이 아닌 상원 사무실에서 비밀리에 통과시킨 데 대해 야권과 일부 국민이 반발하면서 일어났다.
남미 파라과이는 1954∼1989년 알프레도 스트로에스네르의 오랜 군부 독재를 경험한 후 1992년 독재 회귀를 막기 위해 헌법으로 대통령직 연임을 금지했다.
그러나 2013년 집권한 우파 홍색당의 카르테스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2018년 다시 한 번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야당은 이번 개헌이 파라과이의 민주주의를 약화하고, 독재의 길을 터놓는 것이라며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이번 개헌안은 1일 여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하원에서도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었으나, 소요사태에 따라 연기됐다.
개헌안은 하원을 통과한 후 국민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그러나 개헌안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아 하원 표결이 강행될 경우 소요사태가 재연될 전망이다.
penpia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