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인터뷰서 "중국이 해결 안하면 우리가 한다" 발언 눈길
정상회담서 북핵을 '목표'로 삼을지 '수단'으로 사용할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미측의 북핵해법 중 하나의 옵션으로 중국 외주(outsourcing)가 거론돼 왔는데 그것이 '수수방관'이 아닌 엄격한 '직영체제식' 방식이 될 거라는 신호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3일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대 북한 영향력 행사를 강하게 압박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일자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 내용에 대해 이같이 논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졌고 우리를 도와 북한 문제를 다룰지 말지 결정할 것"이라며 "만약 중국이 그렇게 한다면 중국에 좋을 것이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중국이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하겠다"고 일갈했다.
협상에 앞서 상대를 최대한 압박하는 사업가 시절 트럼프의 거래 전략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 발언에 대해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대북 정책 검토의 핵심으로 대북 제재 압박 수위 강화라는 항해 목표점이 있다면, 그 길로 나아가기 위한 조타수는 중국 견인이라는 분명한 방향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소식통은 "미측이 그동안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 최근 방한한 핵심인사들을 통해 제시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제재대상국과 거래한 제3국 기업을 제재하는 2차 제재)과 같은 조치를 취하는데 있어 결코 주저하지 않겠다고 하는 트럼프식 화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보면 이번 대 중국 압박이 단순한 '공갈'은 아님을 엿볼 수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일 대북제재 행정명령 13382호 등에 따라 북한 기업 1곳과 북한인 11명을 독자 제재대상에 새로 추가하면서 중국에서 활동한 북한 인사 5명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북한과 거래해온 중국 기업에 대한 압박성 조치로 읽혔다.
더불어 미국 법무부와 재무부, 상무부는 지난달 7일 북한·이란 제재법 위반 혐의로 중국 최대의 통신장비기업인 ZTE(중싱<中興>통신)에 한화 1조원대 벌금을 부과했다. 그리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 2월과 3월 왕이(王毅) 중국외교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해 모든 가용한 수단을 사용하라"고 압박하고, 중국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북한과 불법적인 거래를 한 중국 기업을 제재할 것임을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1차적으로 검토를 끝낸 것으로 알려진 대북 정책의 핵심이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한 압박의 전압을 점차 높이는 형국이다.
외교가는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정상회담때 '대화론'을 제기하며 무턱대고 맞서기 보다는 북핵 해결을 위한 미중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안보리 대북제재의 충실한 이행 정도는 약속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미 중국은 지난 2월 중순, 안보리 결의 이행 차원에서 연말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관심은 중국이 유엔 안보리 제재 이행 수준을 넘어선 독자적인 대북 지렛대를 사용함으로써 북한의 숨통을 조일 정도의 압박에 나설지에 쏠린다.
북한이 현재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이는 6차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단행할 경우 중국이 대북 원유공급 중단 등의 초강경 조치를 취할 것인지가 향후 미국의 대 중국 압박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이는 트럼프의 첫 미중정상회담 전략과 연계된 문제라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북핵 해결을 위해 '하나의 중국' 인정, 남중국해 문제, 환율 조작국 지정,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을 제재하는 것) 등과 같은 대(對) 중국 지렛대들을 사용하려 할지, 아니면 중국으로부터 경제적으로 얻어낼 바를 극대화하기 위해 북핵 카드를 사용하려 할지에 따라 중국의 대응은 엇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중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트럼프의 '목적'이 되느냐 '수단'이 되느냐에 따라 회담의 결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최근 러시아와의 내통 스캔들, '트럼프 케어' 법안 좌초 등으로 역대 대통령 임기 초반 최저 지지율을 연일 경신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껄끄럽게 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부담일 수 있기에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생각하는 북핵 문제에서 시 주석과 서로 낯을 붉힐 정도의 압박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경제와 관련된 영역에서 최대한 얻을 것을 얻어내고, 북핵에서는 시 주석의 체면을 세워주는 식의 '거래'를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가 북핵 해결을 위한 '끝판 협상'을 벌이려 할지 '타협'을 택할 지에는 북한이 준비 과정을 사실상 마친 것으로 관측되는 6차 핵실험을 정상회담 전에 단행할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