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은 장갑차와 탈취한 총으로 국군 죽인 행동을 민주화운동이라 할 수 없다"
"5·18은 어떤 이의도 용납되지 않는 '신화'의 지위…재조사·재평가 이뤄져야"
"5·18 발발 원인은 김대중 검거…국기문란자로 사법처리 않을 수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은 3일 출간한 『전두환 회고록』에서 "5·18 사태는 '폭동'이란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시종일관 '5·18 광주민주화운동' 대신 '광주사태' 또는 '5·18 사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은 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전 전 대통령은 5·16 쿠데타와 3·1 운동을 예로 들어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폭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5·16 쿠데타는 나라를 구한다는 명분을 내걸었고 그 약속은 실현됐다. 그 뿐만 아니라 산업화를 통해 조국 근대화를 이룩한다는 목표도 성취했다"며 "5·16 쿠데타가 혁명이라는 역사적 평가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맨손에 태극기를 들고 '조선 독립만세'를 외친 기미 독립선언을 3·1 '운동'이라고 부른다"며 "빼앗은 장갑차를 끌고 와 국군을 죽이고 무기고에서 탈취한 총으로 국군을 사살한 행동을 3·1 운동과 같은 '운동'이라고 부를 순 없다"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은 "5·16을 쿠데타로 보느냐, 혁명으로 보느냐 하는 문제로 논란을 벌인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며 "마찬가지로 광주사태가 폭동이었느냐 아니냐 하는 논란도 의미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쿠데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데 부정·긍정의 구분을 하지 않듯이 폭동도 부정·긍정의 의미를 따질 필요 없이 폭동은 폭동일 뿐"이라고 단정했다.
전 전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주요 원인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검거를 꼽았다.
전 전 대통령은 "10·26 사태 이후 김대중씨는 불법적인 민중혁명을 기도했다"며 "당시 그의 위험한 정치행보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재판기록에 잘 정리돼 있다. 국기문란자로 사법처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기술했다.
그는 이어 "10·26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자 호남인들은 김대중씨의 집권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을 것"이라며 "5·17 조치로 김대중 씨가 체포되자 호남인들의 좌절과 분노가 깊었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적었다.그러면서 "5·17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가 광주지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유독 광주에서만 반발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김대중 씨의 검거였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때 '광주사태'나 '내란'으로 불리던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민주화운동'의 지위를 인정받은 점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전 전 대통령은 "내란으로 판정됐던 광주사태는 어느 날 '민주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규정되더니 어느 순간 '민주화 운동'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정치적으로는 신화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민주화 운동이라는 인식에 어긋나는 어떠한 이의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우리 사회 저변에는 군수공장과 무기고를 습격해 무장한 시민군이 국군을 공격했던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문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그런 의문을 증폭시키는 새로운 진술과 정황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공론화하는 길은 봉쇄된 것 같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재조사와 재평가를 요구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진실의 전모가 밝혀지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지 모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가능한 조사만이라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5·18의 진실을 밝히는 작업이 자칫 엄청난 국론의 분열과 국력 소모를 초래하고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면서도 "여전히 5·18 광주사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일부 세력의 반국가적, 반역사적, 반민족적 책동을 언제까지 지켜보고 있어야만 하는가"라고 적었다.
이어 "나에게는 더는 이 일들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검증하고, 나아가 그 성격을 재조명해볼 수 있는 동력도, 시간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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