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노는 포용력 갖춘 에콰도르 첫 장애인 대통령

입력 2017-04-04 03:28   수정 2017-04-04 07:26

모레노는 포용력 갖춘 에콰도르 첫 장애인 대통령

부통령, 유엔특사 등 역임…코레아 현 대통령의 '후계자이자 동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2일(현지시간) 치러진 에콰도르 대선에서 승리한 레닌 모레노(64) 대통령 당선인은 2007년 집권한 후 10년간 에콰도르를 이끈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이자 '동지'로 평가된다.

모레노 당선인은 코레아 대통령으로부터 여당인 국가연합당(알리안사 파이스)을 대표하는 후보로 낙점된 뒤 대선 운동 기간에 지지율 선두를 대체로 유지해왔다.

모레노는 2006년 코레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에 당선된 후 2017년부터 2013년까지 부통령으로서 정치적 행보를 같이했다.

이후 그는 코레아 대통령과 잠시 거리를 둔 채 2013년 12월 장애 분야 유엔특사로 임명돼 20015년 9월까지 활동했다.

모레노는 페루 국경과 가까운 아마존 소도시인 누에보 로카푸에르테시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에콰도르 중앙대학에서 공공행정학 학위를 받은 뒤 관광행정 등의 분야에서 일했다.

모레노는 에콰도르의 첫 장애인 대통령이다.

1998년 1월 그에게 닥친 강도 사건은 인생의 변곡점이 됐다.

식료품점 주차장에서 차와 돈을 요구하는 2명의 강도에게 지갑과 차 열쇠를 주고 돌아섰지만, 강도가 쏜 총탄에 허리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다.

총격 후 극심한 육체적 고통과 심리적 상실감을 겪던 그는 가족들의 헌신적인 웃음 치료법 덕에 4년 만에 휠체어를 타고 세상과 사람들 앞에 섰다.

웃음 치료법의 효험을 경험한 그는 '에벤타'라는 재단을 설립하고 책을 펴내는 등 웃음 전도사로 활약했다.

모레노는 장애인 권익 신장을 위해 일한 공로로 2012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됐으나 유럽연합(EU)에 밀려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모레노 당선인은 코레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지만 코레아 대통령에 견줘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며 합리적 포용력이 있는 정치가라는 평을 듣는다.

인권운동가 출신인 그는 코레아가 추진해온 빈곤 퇴치와 같은 사회복지와 경제 정책 등을 승계하는 것을 비롯해 2만 개 일자리 창출, 젊은 기업인에 대한 우대 신용등급 부여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이르바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집권 기간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간접자본시설을 확충했다는 평가를 받는 코레아 정권은 저소득층과 미혼모,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2012년 6월부터 주 영국 에콰도르 대사관에 머무는 폭로 전문매체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의 체류를 계속 허용할 방침이다.

모레노 당선인은 일자리 창출, 대규모 부채 처리, 저유가 기조로 정부 재정 수입이 줄어드는 가운데 주요 사회복지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출범하게 된다.

산유국인 에콰도르의 지난 1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86%였지만 지난해 강타한 규모 7.8의 강진에 따른 복구 작업과 저유가 탓에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에콰도르의 경제성장률이 -2.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레노 당선인은 다음 달 24일 취임한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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