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민당, '적적녹' 대신 '적황녹 신호등 연정' 검토

입력 2017-04-03 16:10  

독일 사민당, '적적녹' 대신 '적황녹 신호등 연정' 검토

슈뢰더 '우향우' 정책 문제 반성한 '좌향좌' 다시 우클릭?

지자체 선거 패배 후 총선 승리 집권 전략 수정 고심 중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독일 사회민주당이 오는 9월 총선에서 기독교민주당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4연임을 저지하고 집권하기 위한 새 합종연횡(合從連衡) 전략을 검토 중이다.

3일 공영 ARD방송과 시사주간지 슈피겔 등에 따르면, 사민당 지도부는 그동안 가장 유력했던 연립정부 구성 방안인 '적적녹'(赤赤綠) 대신에 이른바 신호등 연정인 '적황녹'(赤黃綠) 추진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에서 중도좌파 사민당과 강경 좌익정당인 좌파당의 상징색은 적색으로 같고, 생태환경을 중시하는 녹색당은 녹색, 보수 우파 기독교민주당은 흑색, 친기업성향 보수정당 자유민주당은 노란색, 반(反)이민·유로화를 내세우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푸른색이다.

사민당은 지난 10여 년 동안 메르켈이 이끄는 기민당에 큰 표 차로 져 야당이 되거나 기민당 주도 연정의 하위 파트너에 머물렀으나 올해 초부터 마르틴 슐츠 전(前) 유럽의회 의장이 사민당총리 후보로 떠오르면서 메르켈보다 인기도에서 훨씬 앞서고 사민당 지지율도 급등했다.

9월 총선을 앞두고 사민당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때 '우향우'한 노동 및 복지 개혁정책 '아겐다2010'이 빈부격차 확대 등 문제가 있었다며 이를 일부 수정해 다시 '좌향좌'하는 정책을 내세우고 좌파당, 녹색당과의 이른바 적적녹 좌파연정 구성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최근 슐츠와 지그마르 가브리엘 전 당수 등 사민당 지도부가 좌파당 대신에 보수정당인 자민당을 끌어들이는 적황녹 연정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자를란트주의회 선거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기민당이 40.7%의 표를 얻으며 사민당을 11%포인트 차로 압승한 일이 그 배경에 있다.

기민당은 가장 큰 선거 승리 요인으로 사민당과의 현 자를란트주정부 연정구성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밝힌 것이 안정을 바라는 유권자의 지지를 얻은 덕을 꼽고 있다.

사민당도 자를란트주 선거 패배엔 인물에서 밀린 것 외에 좌파당을 포함한 적적녹 연정 구성 공약이 불안심리를 자극한 것이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카르스텐 슈나이더 사민당 원내부대표는 "녹색당 및 자민당과 공통점이 가장 많다는 점에서 신호등 연정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미 신호등 연정을 1년 동안 가동해오고 있는 라인란트-팔렌주의 사민당 소속 말루 드라이어 주총리는 3당 연정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우리 주에선 신호등이 잘 가동되고 있다. 서로 입장이 다른 정파들이 상호협력해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 정책을 펼 수 있었으며 이는 연방차원에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황녹 연정을 자민당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보도에 대해 크리스티안 린트너 자민당수는 자신은 슐츠와 개인적으로 한 번도 만난 일도 없으며 '웃기는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린트너 당수는 슐츠의 경우 사민당 출신 슈뢰더의 2010 노동복지개혁을 1995년 이전(과거)으로 되돌리려는 반면 자민당은 2030년(미래)을 지향하며 메르켈은 현상유지하려는 상황이라면서 전통적으로 가까운 기민당과의 보수연정을 가장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자민당 내에선 사민당과의 연정을 절대 반대하는 목소리는 없어졌다. 볼프강 쿠비클 부당수는 신호등 연정이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알렉산더 람스도르프 의원은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제적 경쟁력과 동시에 세계화의 이익을 어떻게 분배해 사회적 동반성장을 이루느냐는 것"이라며 한발 더 나아갔다.

그러나 사민당 내에서 여전히 적적녹 연정 지지 의견이 만만치 않으며 사민당의 승리 가능성과 연정구성안은 오는 5월이 되야 뚜렷해질 것이라고 독일 언론은 전망했다.

자를란트주의 경우 인구 100만명에 불과하지만 5월7일 인구 290만명인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인구 290만명)와 5월 14일 1천800만명으로 최대인구가 사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등의 주의회선거 결과가 나와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choib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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