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 대학' 헝가리 민주화 시위 중심지로 변모

입력 2017-04-03 16:36  

'소로스 대학' 헝가리 민주화 시위 중심지로 변모

정부 학교 폐쇄 시도에 1만명 항의 집회…5일 의회에서 법안 심의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헝가리 출신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가 부다페스트에 설립한 유럽중앙대학(CEU·Central European University)이 헝가리 민주화 시위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CEU에서는 약 1만명이 모여 정부의 CEU 폐쇄 방침을 규탄하며 학문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코르비누스 대학을 출발해 의회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오늘 CEU라면 내일은 바로 당신 차례"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헝가리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헝가리 정부는 최근 CEU를 겨냥해 취업허가를 받지 않은 비 유럽연합(EU) 출신 교원의 채용을 허용한 면제 조항을 삭제하고 학교 이름을 바꾸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이 법안은 5일 의회에서 논의되는데 여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마이클 이그나티에프 CEU 총장은 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학교를 폐쇄할 수밖에 없다며 헝가리 정부에 대화를 촉구했다.

소로스의 지원으로 2002년 설립된 CEU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모여든 1천400여 명의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동유럽에서는 미국식 경영대학원을 운영하는 유일한 대학이고 학교 평가에서도 세계 50위권을 오르내리는 곳이다.

자신이 젊은 시절 소로스 장학생이었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우파 정치인으로 돌아선 뒤 소로스가 헝가리 정치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한다며 그의 지원을 받는 비정부기구(NGO)를 조사하는 등 압박하다 학교로까지 타깃을 확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그나티에프 총장의 발언을 인용해 CEU가 동유럽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거대한 싸움의 일부가 됐다고 전했다.

집회에 참석한 가보르 마트라크(46) 변호사는 AFP통신에 "오르반 정권은 이번 조치로 색깔을 분명히 드러냈다. 학교를 쫓아내는 것은 피노체트 같은 독재자나 하던 짓이다"라고 비판했다.

헝가리 정부는 안팎의 비판에 학원법 개정이 CEU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미국 국무부까지 성명을 통해 CEU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하는 등 파장은 커지고 있다.

mino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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