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지뢰 제거하지 않는 건 국제사회 노력에 반하는 행위"
(춘천=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지난해 5월 강원 양구군 해안면의 한 야산으로 산나물을 뜯으러 왔던 A(42) 씨.
그는 미확인 지뢰지대로 추정되는 곳으로 산나물을 뜯으러 갔다가 발목지뢰로 보이는 폭발물이 터지는 바람에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사고가 당한 지 1년 가까이 돼가는 요즘 그는 아직도 불안증과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A 씨는 지뢰 사고 후유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 계속 대학병원에서 약물과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
지뢰폭발 사고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커 인근 보건소에 진단서도 제출해야 했다.
그가 정신 치료를 받는 곳은 이중 잠금장치가 돼 있고, 외부에서는 볼펜이나 유리병조차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해안면에서는 지난해 같은 달 카자흐스탄 국적의 근로자 B(54) 씨도 농장 앞 개울에 잠시 들어갔다가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물이 터져 오른쪽 발가락 등이 절단됐다.
B 씨가 사고를 당한 곳은 주변에서는 지뢰를 찾을 수 없어 상류의 미확인 지뢰지대 지뢰가 장마철 개울로 유실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1월에는 강원 철원군 근남면 풍암리 인근 농지매립공사장에서 대전차 지뢰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나 운전자 C(40)씨가 숨졌다.
그는 미확인 지뢰지대인 '지뢰 고개' 도로 확장과 포장 공사장에서 나온 흙과 암석을 옮기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처럼 미확인 지뢰지대에서 민간인들이 사고를 당하는 일이 매년 속출하고 있지만 이를 제거하기 위한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유엔은 2005년 12월 총회에서 매년 4월 4일을 '국제 지뢰제거 인식 및 지뢰 퇴치활동의 날'로 지정, 어른과 아이를 구분하지 않고 살상하는 비인도적 살상무기인 지뢰제거를 촉구했다.
또 국제사회는 1997년 대인지뢰의 전면사용 금지 국제협약(오타와 협약)을 제정해 모든 지뢰를 10년 안에 폐기하도록 했지만 우리나라는 남북 분단과 안보를 이유로 가입을 유보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는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는 지뢰제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지뢰제거 시계는 사실상 거꾸로 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올해 일선 부대에 미확인지뢰 관리를 강화하라고 일선 부대에 지침을 내렸다.
합참은 미확인 지뢰지대의 보호와 사고 예방을 위해 철조망 등을 설치, 군사시설로 관리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지뢰제거에 앞장서고 있는 단체들은 미확인 지뢰지대의 지뢰를 제거하지 않고 지속해서 관리하는 것은 대인지뢰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반하는 행위이자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2001년 이후 미확인 지뢰지대에서 발생한 사고는 66건으로 이 가운데 40건이 민간인 사고다.
이 사고로 민간인 10명과 군인 2명이 숨지고, 민간인 47명·군인 30명이 부상했다.
한국지뢰제거연구소는 "미확인 지뢰지대는 1960년대 이전에 설치한 지뢰여서 제대로 기능이 발휘되지는 않아 작전상 보호할 가치가 없다"면서 "미확인 지뢰지대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지뢰 경고판을 부착하라는 지침은 과거 유신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인지뢰는 사람의 생명을 위협해 평화로운 삶과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방해한다"며 "전쟁이 끝나고 분쟁이 종식되어도 지뢰가 존재하는 한 평화는 없다"고 덧붙였다.
민간인 지뢰피해자 지원 활동을 벌이는 사단법인 평화나눔회도 "안보와는 상관없는 지역의 지뢰를 제거하는 것은 국민 안전과 재산권 보호를 위해서 중요한 일"이라며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군 당국이 미확인 지뢰지대의 지뢰를 제거하고, 군 당국이 못한다면 지방자치단체가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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